대주주 지분 확대 노린 BW 쏟아진다
상장사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대주주 일가의 지분 확대를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에 BW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워런트)은 대주주나 그 가족에 넘기도록 계약을 맺는 방법이다.

특히 대주주 지분이 적거나 상속 이슈가 있는 상장사들이 BW 발행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BW를 활용한 대주주 일가의 지분 확대가 상속 과정에서 편법적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과 경영권, ‘두 마리 토끼’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W를 발행하면서 신주인수권 일부를 대주주 일가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상장사는 최근 2주간 손오공 코미팜 나우콤 삼강엠앤티 한올바이오파마 파인디앤씨 동원수산 케이아이씨 등 8곳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은 최대주주 지분이 20% 안팎으로 경영권 지배력이 약한 기업들이다.

완구업체 손오공은 지난달 28일 한화저축은행을 대상으로 6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한화저축은행은 60억원의 BW를 인수함과 동시에 1억5000만원을 받고 신주인수권 50%를 최대주주인 최신규 대표에게 넘겼다. 최 대표의 손오공 보유 지분은 17.77%에 불과하다.
대주주 지분 확대 노린 BW 쏟아진다
보안솔루션업체 나우콤도 120억원 규모의 BW를 한화증권 유진투자증권 위드창투 등에 발행하면서 최대주주인 쎄인트인터내셔널이 BW 투자자로부터 전체 주식인수권의 절반을 인수했다. 지난달 나우콤을 인수한 쎄인트인터내셔널의 보유 지분은 22.37%다.

LCD(액정표시장치) 부품업체 파인디앤씨와 플랜트 설비업체 케이아이씨도 나우콤과 같은 구조다. 각각 70억원, 80억원의 BW를 발행했고 최대주주가 신주인수권 절반을 받아왔다. 두 회사의 최대주주 지분도 20% 초반에 불과하다.

신주인수권을 대주주 본인이 아니라 가족이 인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바이오제약업체인 한올바이오파마와 코미팜이 이에 해당한다. 한올바이오파마는 90억원 규모의 BW를 산업은행 금호종금에 발행했다. 동시에 김성욱 대표와 김성수 김성지 씨 등 세 명이 2억2500만원에 신주인수권 절반을 인수했다. 이들 세 명은 창업주인 김병태 회장의 가족이다. 김 회장의 아들인 김 대표가 회사 지분 10.32%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 보유 지분(10.21%)보다 0.1%포인트 많은 수준이다.

코미팜도 25억원의 BW를 발행하면서 신주인수권 일부를 대주주인 양용진 회장의 아들인 양호정 씨 등에게 넘겼다. 양 회장은 32.41%의 지분을 가진 반면 아들의 지분은 0.86%에 불과하다.

160억원을 BW로 발행한 삼강엠앤티는 형제인 송정석 회장(27.50%)과 송무석 대표(28.28%)가 경영하는 회사로 후육강관 제조업체다. 형제 경영자는 이번에 발행한 BW의 신주인수권 일부를 절반씩 인수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활용된 사례도 있다. 동원수산은 120억원의 BW를 발행하면서 왕기철 대표와 왕수지 씨가 신주인수권 80%를 매입했다. 동원수산의 대주주는 왕윤국 명예회장(17.30%)으로 지난해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회사다.

◆자본시장법 개정 전 발행 봇물

투자은행(IB) 전문가들은 올해 중·하반기까지 대주주 지분 확대를 노린 BW 발행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마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상장 기업에 한해 BW의 신주인수권을 따로 팔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곧 통과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으로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며 “통과 후엔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