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위로와 공감’은 올해 출판계의 핵심 키워드였다. 취업난이 심해지고 세대 간 소통 단절에 따른 젊은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청춘을 주제로 하거나 젊은 세대의 아픔을 위로하는 책들이 주목받았다. 경제 불황으로 힘든 사람들은 희망과 위로를 얻기 위해 책을 펴들었다.
[올해의 책] 취업난 · 불통의 시대…젊은층, 인생 선배 한마디에 '공감'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책은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쓴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였다. 이 책은 서울대 학생들이 ‘최고의 멘토’로 뽑은 김 교수의 ‘인생 강의록’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출간된 후 1년 내내 베스트셀러 1위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150만권 넘게 팔렸다. 그만큼 이땅의 청춘들이 힘겹게 살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올해의 책] 취업난 · 불통의 시대…젊은층, 인생 선배 한마디에 '공감'
인기 비결은 가르치거나 훈계하지 않고 따뜻한 위로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려 한 데 있다. 김 교수는 인생 선배로서 미래를 불안해 하는 청춘들을 다독인다.

그는 이러저러한 스펙을 쌓으라고 취업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책 없는 감상으로 ‘어떻게 하다 보면 다 잘 될 거야’ 하는 흔한 위로도 하지 않는다. 때로는 영혼을 감싸안는 따뜻한 차 한 잔처럼, 때로는 머리를 내리치는 따끔한 죽비처럼 청춘과 호흡한다. 자신도 ‘때로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며 솔직히 고백한다. 아직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이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우치며 용기를 북돋운다. ‘아직 재테크하지 마라’ ‘일단 기차에 올라 타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같은 고민을 해온 인생 선배처럼,마음 털어놓을 수 있는 삼촌처럼,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멘토처럼 그렇게 곁에 서서 차분히 얘기해준다. 그는 “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로 젊은이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외에도 《열혈청춘》(휴),《청춘에게 안부를 묻다》(바이북스),《이기는 청춘》(21세기북스) 등 청춘을 주제로 한 책들이 쏟아졌다. 전국을 돌며 젊은 세대 이야기에 귀 기울인 ‘청춘콘서트’ 바람을 타고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리더스북)이 큰 인기를 끌었다.

17년을 바보로 살았던 빅터가 자신이 천재임을 알게 되는 과정을 담은 호아킴 데 포사다의 《바보 빅터》(한국경제신문)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철학서도 주목받았다. 철학자 강신주 씨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사계절)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어려운 인문학 강좌가 아닌 실제 현실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적용 가능한 철학적 어드바이스를 전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니체, 스피노자, 원효, 데리다 등 동서양 철학자들의 인문 고전을 통해 그들 사유의 핵심이 현실적인 삶의 고민들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보여준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독자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10년 만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인생도처유상수》(창비)를 펴냈다. 이름 없는 고수들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한 이 책은 서울의 상징 경복궁과 광화문에 얽힌 숨은 이야기, 사계절 아름다운 선암사, 부여에서 발견하는 백제 미학의 정수 등을 엮었다. 정민 한양대 교수는 《새로 쓰는 조선의 차문화》(김영사),《삶을 바꾼 만남》(문학동네) 등을 통해 고전에 담긴 전통문화의 진수를 현대적으로 풀어내 폭넓은 독자를 확보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