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최근 힉스 입자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물리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강입자가속기(LHC)에서 양성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충돌 실험을 진행하다 이 같은 성과를 냈다.

힉스 입자는 물리학 ‘표준모형’에서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다고 물리학자들이 ‘설정’ 한, 아직은 가상의 개념이다. 표준모형은 원자를 구성하고 있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 입자, 그리고 소립자(쿼크 등) 등의 상호작용에 따라 우주 만물이 이뤄졌다고 보는 이론이다. 이런 점에서 힉스 입자 발견 실험은 표준모형의 시작점인 ‘러더퍼드 실험’ 의 21세기 판이자, 완결편이다. 영국 물리학자 E 러더퍼드는 원자에 방사선을 쏘다 방사선이 튕겨나오는 것을 보고 원자핵을 처음 발견했다.

고병원 고등과학원(KIAS) 물리학과 교수는 “표준모형이 맞다면 LHC에서 힉스 입자가 발견돼야 한다”며 “힉스 입자가 없었다면 모든 입자가 질량이 없어 빛의 속도로 멋대로 날아다니고, 현재 우주가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힉스 입자에 대해 질량이 생기는 상황은 수영에 비유할 수 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 수영을 험하게 하면 물결이 많이 생기고, 가벼운 사람이 얌전히 하면 적게 생긴다. 힉스 입자는 이 물결에 상응한다고 보면 된다. 또 물결이 생겼다 금방 없어지듯, 힉스 입자도 생겼다 순식간에 사라진다.

LHC는 두 입자를 반대 방향의 원형으로 가속, 충돌시키는 장치다. 수억개의 양성자를 평균 7시간마다 충돌시키고 그 결과를 본다. LHC에서 양성자들이 서로 충돌할 때 포착되는 최대 에너지는 14TeV(테라전자볼트)다.

실험 데이터는 ‘CMS 검출기’ 등으로 분석한다. 반지름 7.3m, 12각형 모양의 CMS는 양성자가 부딪칠 때 나오는 대부분 입자(전자 광자 쿼크 뮤온 등)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다. 단 ‘중성미자’는 포착할 수 없다. LHC와 연결된 검출기는 CMS 외에 아틀라스(ATLAS) 등 5개가 더 있다.

CERN이 이번에 확인한 것은 CMS에서 에너지가 115~127GeV(기가전자볼트), ATLAS에서 116~130 GeV일 때 힉스 입자의 ‘붕괴 흔적’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있다’고 하기엔 오차가 큰 상태다. 물결이 잠깐 친 것 같은데 확실친 않다는 것이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힉스 입자가 발견된다면 수수께끼였던 질량의 기원을 푸는 것인 만큼 엄청난 학문적, 기술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