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이 엉뚱한 곳으로 줄줄 새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만 제대로 활용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복지예산 누수'가 조사 때마다 수천억원씩 드러나고 있다. 각 부처와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각종 복지제도가 매우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얘기다.

24일 보건복지부와 보건복지정보개발원에 따르면 중앙부처와 지자체,공공기관의 복지 관련 정보를 종합 관리하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을 활용해 지난 6월 적발한 복지 부정 수급액은 335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두 차례 조사(7월,12월) 때 적발한 복지 부정 수급액 3849억원에 근접하는 규모다. 지난 6월 적발한 부정 복지 수급자는 13만9000명에 달했다.

부문별로는 기초생활보장 제도와 관련한 복지 예산 누수가 심각했다. 전체 금액의 70%가 넘는 2351억원을 이 제도로 부당 수급했다. 이 밖에 영유아 보육 476억원,기초노령연금 240억원,유아 학비(유치원료) 186억원 등이 엉뚱한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

문제는 '16개 부처,289개 복지사업' 가운데 '7개 부처,108개 복지사업'에 대한 정보만 통합했는데도 부정 사례를 이 정도 적발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전 부처의 복지 정보를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289개 복지사업 정보를 통합 관리해 복지예산 낭비를 막겠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적발한 사례보다 앞으로 드러날 부정 복지 수급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은 복지부를 포함한 각 부처와 지자체,공공기관이 수행하는 복지사업과 수혜자 등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국세청과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소득 · 재산 자료를 정기적으로 넘겨받아 복지 수혜자의 자격 요건 등을 전산으로 검증한다. 2009년 준비작업을 거쳐 작년 2월부터 가동했다.

이봉화 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은 "11월에 한 차례 더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복지를 확대하는 것보다 전달체계를 효율화해 엉뚱한 사람이 '공돈'을 받아가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시행하는 복지 행정을 전산으로 통합 관리해야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서도 개인의 처지에 맞춰 복지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복지 수혜자들의 이력이 쌓이고 정보를 통합 관리하면 맞춤형 복지 실현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