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매도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유럽계 자금이다. 유럽계 자금의 8월 순매도 규모는 올해 전체의 26%를 차지할 정도로 매도세가 강하다. 이에 따라 유럽계 자금의 향방이 앞으로 외국인의 움직임을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9월까지 대규모로 도래하는 남유럽 국가들의 국공채 만기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남유럽 4개국이 9월 중 상환해야 할 국공채 규모는 854억유로(132조4554억원)로 하반기 들어 가장 많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국공채를 발행한 이탈리아는 31일 31억유로(4조8081억원)를 상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9월 한 달간 687억유로(106조5537억원)의 국공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이탈리아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탈리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유럽계 은행의 해외투자 자금 회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디폴트 가능성의 대두로 남유럽 국가들의 국공채 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할수록 해당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은 평가손실을 입게 된다"며 "유럽계 금융회사들은 현금을 늘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 주식을 매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계 자금의 이탈은 주가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럽계 자금 이탈이 본격화되면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져 펀더멘털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