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극장가에 애니메이션 전쟁이 치열하다. 초콜릿 공장의 후계자 토끼가 밴드 드러머가 되기 위해 집을 떠난 사이,그 공장을 차지하려고 병아리 군단이 반란을 일으키는 내용의 '바니버디',레이싱 대회 출전 도중 첩보전에 휘말리는 '카2',납치된 할머니의 구출 작전을 다룬 '빨간 모자의 진실 2',수컷 앵무새가 브라질에서 좌충우돌 겪는 모험담을 그린 '리오' 등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들이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여기에 암탉 엄마와 청둥오리 아기의 기막힌 인연을 그린 한국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28일 개봉)과 전남 장성군이 제작한 국산 3D애니메이션 '홍길동2084'(8월 중)가 맞선다. 폭탄테러범을 추적하는 '명탐정 코난:침묵의 15분'(8월4일),낯선 곳에 떨어진 스머프들이 고향인 버섯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펼치는 모험담을 그린 '개구쟁이 스머프'(8월11일) 등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올여름(7~8월) 개봉하는 애니메이션은 총 11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편에 비해 2배나 많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개봉작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애니메이션은 '드래곤 길들이기' '슈렉포에버' 등 13편이었지만 올 들어선 상반기에만 14편에 달했다. 개봉 편수가 지난해에 비해 2배나 늘었다.

애니메이션이 이처럼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실사영화에 비해 수익성이 낫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애니메이션 13편이 모은 총관객은 1131만명으로 편당 평균 87만명이었다. 같은 기간 실사영화 편당 평균 관객 35만명의 2배 이상이다.

올 상반기 애니메이션 관객 수는 총 772만명으로 편당 55만명이다. 편당 관객 수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실사영화보다 많다. 상반기 중 실사영화 관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애니메이션 관객 수는 2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상영 중인 '쿵푸 팬더2'는 역대 애니메이션 중 최대인 506만명을 모았다.

상영작들이 대부분 외국산이어서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이점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미국과 프랑스가 합작한 애니메이션 '세미의 어드벤처'.지난해 98만명을 동원해 배급사가 40억원 정도 흥행 수입을 거뒀지만 총 비용은 총 15억~16억원에 그쳐 2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들이 선택하기에도 좋은 장르다. 박철수 CJ E&M 영업전략팀장은 "애니메이션은 타깃이 확실한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은 첨단 기술을 적용,표현 영역이 넓어서 어린이들의 만족도가 높다. '쿵푸 팬더2'를 비롯한 할리우드 대작 중에는 3D버전이 많다. 올여름 개봉작 중 5편이 3D다. 실사를 방불케 하는 정교한 기술력도 묘미다. '바니버디'는 마치 실제 토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보들보들한 토끼 털이 큰 스크린 위에서 살랑대는 장면에 어린이와 주부 관객들은 즐거워한다. '개구쟁이 스머프'의 캐릭터들은 진짜 인형인지,그림인지 신기할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졌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