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의 대규모 도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일부에선 지금 상황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최대 제조업 기지인 주장삼각주 내 둥관공단에서 최근 한국의 유명 완구업체 소예가 파산해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파산 직후 경영진은 자취를 감췄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예 종업원들은 지난 19일 둥관시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1974년 설립된 소예는 대표적인 완구 및 유아용품 업체로 199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2001년엔 매출액이 7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중견업체로 성장했지만 이후 인건비 상승과 경쟁 격화로 2009년 상장 폐지됐다. 소예는 중국에서 재기를 모색했지만 결국 위안화 절상,임금 상승,원재료 상승 등 '3대 악재'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둥관 한국상회 관계자는 "소예의 완구 생산라인은 경쟁력이 없었지만 유아용품 생산라인은 그런 대로 이익을 내고 있었다"며 "그러나 채권자들이 몰려와 공장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예뿐 아니라 노동집약 업종에 종사하는 많은 중국 내 한국 중소기업들이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방직 신발 완구 가방 등 전통적인 경공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영난에 시달린 중국 내 한국 기업인들이 빚을 갚지 못하고 야반도주해 반한 감정을 부추겼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내 중소기업들은 위안화 절상,임금 상승,원재료 상승 등 3대 악재에다 전력난,대출난,인력난 등 '3高3難'이 겹쳐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저우더원 원저우 중소기업협회장)에 처해 있다. 광저우일보에 따르면 둥관지역에서는 최근 파산과 체불임금 시위가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3.02% 뛰었다. 기업들이 주로 구입하는 구리 주석 주정 등 원재료 가격도 1년 전에 비해 평균 30~40% 올랐다. 최저임금 역시 크게 올랐다. 광둥성의 경우 올 3월에 최저임금이 1300위안으로 조정되면서 지난해에 비해 26%나 급등했다. 중앙 정부가 긴축기조를 유지하면서 대출을 묶고 있는 점도 중소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저장성 중소기업들의 경우 약 70%가 민간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는 금리는 지난해 40%에서 올해 60%로 올랐다. 일부에서는 100%의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둥관 한국상회 관계자는 "한국의 노동집약적 산업들은 거의 퇴출 상황에 있다고 봐도 된다"며 "이곳에서 생산을 포기하고 무역 등으로 업종을 바꾼 한국 기업만도 200여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칭다오의 이강용 한인상공회 사무국장은 "근로자들의 월평균 임금이 300달러에 육박해 한계상황에 몰린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