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제일정형외과병원(병원장 신규철)은 척추관협착증 등 노인성 척추질환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척추 · 관절전문병원이다. 1999년 신정형외과로 출발해 2003년 건물을 확충하고 무릎관절의 대가인 정현기 당시 한양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를 영입하면서 지금의 제일정형외과병원으로 간판을 바꿨다.

선릉역에 인접한 이 병원은 전문의 11명을 포함해 70명의 직원이 85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300여명,연평균 7만여명(연인원)의 환자가 아픈 허리와 다리를 이끌고 전국에서 이곳을 찾아온다. 내원 환자 80% 이상이 60세 이상의 노년층으로 70~80대 환자가 주를 이룬다.

농사를 짓다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온 사람 등 지방 환자의 비중이 40%에 이를 만큼 전국적으로 노인성 척추 · 관절 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는 개원 이래 10여년 동안 줄곧 척추관협착증,퇴행성관절염 등에 매진해 온 결과다. 국내 많은 정형외과 전문병원이 척추전문병원을 표방하고 있지만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노인성 퇴행성 척추질환에 매달려 온 병원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이 병원의 자부심이다.

1999년 개원과 동시에 노년층의 척추질환 연구를 위한 '노인척추연구소'를 개설하고 노인들의 체력적인 한계와 신체적인 특성을 감안한 새로운 수술법의 개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게 밑거름이 됐다.

특히 한양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병원으로 연수를 떠난 신규철 원장은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노인척추'를 전공하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의 지도 교수는 노인성 척추질환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였던 코스투익 박사로 당시 침상안정 외에 별다른 치료법이 없던 척추압박골절의 치료법인 '척추성형술'을 1999년 국내에 처음 소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척추압박골절의 척추성형술이란 골다공증이나 낙상으로 인해 짜부라진 척추뼈에 풍선을 불어넣어 공간을 확보, 풍선을 통해 골시멘트를 주입함으로써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방법이다.

제일정형외과병원에서는 고령 환자들의 신체적 특성을 감안해 초기 환자들에게는 경막외주사치료,선택적신경차단술,후관절주사법,척추신경성형술 등 비수술적인 치료를 우선 시도한다. 이러한 치료가 잘 듣지 않는 경우에는 '부위마취-최소절개-무(無)수혈-최단기 입원' 등 4원칙을 적용한 미세현미경감압술 등 최소침습적인 수술을 시행한다.

미세현미경감압술은 절개 부위를 줄여 부위마취로 1시간 안에 끝난다. 3~5배율의 수술현미경으로 환부를 보며 수술하기 때문에 정밀도가 높아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출혈이 적어 수혈할 필요도 없다. 1주일 정도면 퇴원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더욱 높인 일측접근 미세감압술(UBF)을 개발해 70세 이상 노인의 척추관협착증도 치료하고 있다. UBF는 좁아진 척추관의 우측이나 좌측 중 한쪽으로만 접근해 척추관을 깨뜨려 척추신경 전체를 감압하는 방법으로 좌우 양측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양측접근 미세감압술에 비해 정상조직 파괴가 적다. 수술 부위도 평균 1.5㎝에 그쳐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흔히 척추관협착증에는 신경으로 가는 혈류를 개선하는 약제를 주사하거나 경막외 공간에 스테로이드를 놓는다. 신경의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탁월하지만 자주 사용하면 몸이 붓거나 혈당이 올라가고 뼈가 물러질 수 있어 1년에 2~3회 정도만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효과가 없거나 다리 쪽으로 방사통 · 마비 · 저림증이 심해지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미세현미경감압술처럼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안전한 수술을 받으면 되므로 염려할 게 없다는 게 신 원장의 설명이다.

신 원장은 "어르신들의 척추 수술은 어렵고 수술 후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은 선입견일 뿐"이라며 "노인들은 치료 난이도가 높은 편이지만 연령에 맞는 치료를 통해 오랜 통증에서 벗어나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를 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 평균 100여건의 노인성 척추질환 수술을 집도하며 병원 전체로는 연간 2500여건의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제일정형외과병원에서는 내원하는 환자들이 지방의 고령 환자들이 많은 점을 고려해 가급적 하루에 기본 진료부터 검사,검사결과 상담 및 처방까지 모두 받고 귀가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수술받은 환자를 위한 '집중치료실'을 운영해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사전에 차단,최소화하고 있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의 긴밀한 협진을 통해 수술 전 환자상태를 면밀히 검토하는 등 환자 중심의 전문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