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워런트증권(ELW) 부정거래에 연루된 증권사 대표이사들이 스캘퍼(초단타매매자)들을 영입해 ELW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내용의 내부 문서를 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수수료 700억여원 규모의 ELW 시장을 둘러싼 과열 경쟁이 증권사 대표들을 대거 사법처리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이 같은 내용의 내부 문서를 재판 과정에서 증권사 대표들의 공범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증권사 대표들이 단순히 아래에서 올라온 문서를 결재했을 수도 있고 문서 기안을 직접 지시했을 수도 있다"며 "어느 경우든 사법처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H증권의 경우 2009년 퇴사한 손모씨 등 스캘퍼 4명으로 구성된 '여백(여의도백화점)' 팀을 영입해 본점 영업부에 있는 트레이딩룸을 제공하고 내부 전산망을 열어주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 이 팀은 1년5개월 동안 28조여원 규모의 ELW를 거래해 총 300억원의 수익을 올렸고,증권사도 같은 기간 90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회사 시장점유율은 1%에서 15%로 수직 상승했다.

이 같은 사실이 업계에 알려지자 증권사들은 거래장소 제공과 내부 전산망 개방 외에 다양한 혜택을 내걸며 스캘퍼 영입 경쟁에 나섰다. S증권사는 스캘퍼를 영입한 직원에게 수억원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고,이에 한 지점 차장은 1억4500만원을 주고 스캘퍼들을 데려왔다. I증권의 한 직원은 스캘퍼들에게 회사 ELW 호가 정보를 제공해 시세조종을 도왔다.

W증권은 여백팀 가운데 일부 인원을 영입해 내부 전산망 이용과 가원장 체크 등 전산적 특혜 등을 제공하다 적발됐다. 한 스캘퍼가 5개 증권사로부터 전산적 특혜를 제공받은 사례도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스캘퍼들을 끌어들인 증권사들은 한명당 시장점유율을 평균 1%포인트 높인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사들은 지난해에만 ELW 시장에서 약 711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이성윤 부장검사는 "증권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특정 선수들에게 스타트라인을 앞당겨 먼저 출발할 수 있게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