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개인 자유인데 지나친 간섭은 곤란”

“성범죄 표적될 수 있고 보기에도 좋지 않아”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요즘 길에 나가보면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가 매우 짧아진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길이가 무릎 위로 올라간 치마는 보통이며 심지어 초미니 스커트라고 봐야할 정도로 짧은 교복 치마도 눈에 띈다.

10년 전에 비해 10~15㎝ 정도 치마 길이가 짧아졌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이렇게 치마를 짧게 입는 여학생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여학생들 사이에서 치마 길이를 줄여서 입는 것이 유행이고 너나 할 것없이 이렇게 입고 다니니 짧게 줄인 교복치마가 더 예뻐 보인다"는 대답을 한다.

하도 많은 여학생들이 치마 길이를 줄여서 입고 다니다 보니 강원도에서는 여학생들의 책상 앞에 가림판을 설치하려는 계획까지 나왔다.

강원도 교육청은 치마 교복을 입은 중 · 고교 여학생들이 교실 의자에 앉으면 치마가 올라가면서 속옷이 보일 수도 있다며 올해 추경예산 8억2000여만원을 확보해 현재 사용 중인 책상 5만500여개에 앞가림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에 대해 강원도 교원단체총연합은 "짧은 치마를 조장하는 일"이라며 교복 치마 길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강원도의 책상 가림판 설치를 둘러싼 논란은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보도하면서 해외에까지 알려지게 됐다. 한국 여학생들의 짧은 치마 길이를 둘러싼 논란이 외국에서도 화제가 된 것이다.

여학생들의 짧은 교복 치마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짧은 교복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학생들에게“치마 길이가 너무 짧은 것 아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유행처럼번져 다른 애들도 대부분 그렇게 입는 데 혼자 길게 입으면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고 촌스럽기도 하다”며“그냥 10대의 문화 정도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의 패션에도 유행이 있듯이 여학생들사이에서는 요즘에 짧은 치마가대세라는 얘기다.

탈선을 우려하는 어른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치마 길이와 탈선 여부는 직접적 관련이 없으며 공부 잘하는 모범생 중에도 학교에서는 원래 치마길이를 유지하다가 학교를 나오면 허리 부분을 접어 짧게 입고 다니는 경우가 적지않다” 고 대답한다.

여학생들은 특히 옷을 어떻게 입을 것인가는 최소한의 개인적인 자유인데 미성년자라고해서 이부분에대해어른들이나학교가지나치게간섭하려들고심각하게생각하는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학부모나 선생님중에도 무조건 이런 현상을 나쁘게만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짧은 치마를 입는다고 해서 성범죄의표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편견”이라며 “이런 식의 접근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우며 좀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한다.

반대

학부모들은 아무래도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성인들의 복장도 노출이 지나치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데 미성년자인 중,고교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가 민망할 정도로 짧은 것을 그냥무조건 내버려 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는 것이다.

고등학생 딸을 둔 주부 김모씨(48)는“요즘 여학생들이 지나치게 짧은 치마를 입는 것은 최근 방송 등에 나오는 여자연예인들의 선정적인 복장에서 영향을 받은것으로 보이는데 성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는 만큼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김씨는 아무래도 학습분위기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 어려운 만큼 학교에서 학칙이나 교칙 등을 통해 일정 수준에서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교복 길이를 줄여 입는 학생들에게 벌점을 주거나 제재를 해도 아이들이 무시하거나 잘 말을 듣지 않는게 현실”이라며 “교칙을 벗어나 과도하게 교복을 고치는 일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점을 학생들 스스로가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교원 단체 총연합도 기본적으로 과도하게 짧은 치마는 단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총관계자는 “도교육청은 책상앞 가림판을 설치한다고 수억원의 비용을 낭비할게 아니라 교복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각하기

중,고교 여학생들의 교복 치마 길이를 둘러싼 논란의 뿌리는 1983년 단행된 교복자율화조치에서 시작됐다고볼 수 있다.

그전에 전국 중-고등학생들은 모두 동일한 디자인의 교복을 입었고 두발규제도 받았다.

심지어 책가방의 모양이나 신발도 일정한 것으로 제한됐다.

물론 당시에도 교복 바지나 상의를 늘리거나 줄여입는 학생들은 있었지만 여학생들이 지금처럼 짧은 치마를 입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과거 교복은 기본 디자인이 일제 시대의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던데다 학생들의 개성과 자율성을 무시 한다는비판이 있어 정부는 1983년 교복자율화 및 두발자율화를 실시한다。

하지만 교복 자율화는 빈부격차로 인한 위화감조성,탈선증가,교외지도의 어려움,사복구입에 따른 비용부담증가 등의 또 다른 문제들을 낳았고 결국 정부는 1986년부터복장 선택을 각 학교 학교장의 재량에 따르도록했다。

이후 교복의 모양은 학교마다 달라졌지만 교복을 택하는 학교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교복이 있는 경우에도 학생들의두발이나 복장에 대한 규제는 예전에 비해 많이 완화된 게사실이다。

더욱이 서울시의 경우 곽노현 교육감은 학생들의 교복착용자체를 폐지하지는 않겠지만 교복과 두발규제
는 대폭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학생들의치마길이를학칙이나교칙등을통해일률적으로규제하고이를어기는학생에게불이익을주는것은생각만큼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학칙등에서 무릎위 몇㎝ 이내 등으로 치마길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실제로 일일이 자를 들고 다니며 재보는 것도 쉽지 않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의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학생들 스스로 자율에 맡기는게 최선이라고 본다.

학교나 선생님, 학부모에 의한 타율보다는 학급단위나 학년단위,조금 더 크게는 학교단위로 학생들이 직접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하고 거기서 학생들이 정한 규칙을 스스로 지켜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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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5월 12일자 보도기사>

영국 공영방송 BBC가 여학생들의 짧은 치마를 둘러싸고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을 소개했다.

BBC는 12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한국에서 점점 올라가는 교복 치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다툼이 한창”이라면서 강원도교육청과 강원교원단체총연합회의 주장을 실었다.

이 방송은 “한국에서 교복 치마 길이가 짧아지면서 이에 수반되는 비용도 커지고 있다”면서 강원도 의회가 11일 시작된 회기에서 교실 책상 앞에 가림판을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70만 달러의 예산을 승인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BBC는 이어 “여학생들이 갈수록 치마를 짧게 입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촉발됐다”면서 교복 치마 길이가 지난 10년간 10~15㎝ 짧아졌고 이로인해 많은 사람이 불편해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강원교총은 책상 앞가림판을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을 낭비하지 말고 교복에 대한 규정을 강화함으로써 훨씬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BBC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