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퇴직 후 창업에 나서는 시니어들이 본격적인 창업 준비작업에 들어갈 때 공통적으로 갖는 고민 중 하나가 '과연 얼마나 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난생 처음 접하는 장사의 세계에 들어서는 만큼 도무지 감을 잡기 힘든 게 바로 매출과 순익부문이다. 생맥주전문점 '플젠' 명일점을 운영하는 한희석 사장(53)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9월 20여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이듬해 8월 가게 문을 열 때까지 가장 신경을 곤두세운 부분은 바로 예상 수익이었다. 최소한 한 달에 500만원 이상의 순익을 가져가야 정상적인 생계를 꾸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막연한 기대보다는 데이터를 믿어야

한 사장은 작년 초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작업에 나섰다. 여느 예비창업자들처럼 창업박람회도 다니고,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을 찾아가 상담도 했다. 그가 세운 원칙은 단 하나. 500만원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아이템과 점포를 찾는 것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십가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일단 후보에 올려놓고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직장에서 오랜 기간 영업기획을 담당했던 경력을 살려 예상 매출 및 순익 데이터를 만들어 나갔다. 투자금 범위 내에서 가게를 차릴 수 있는 업종을 추리고,99㎡(30평) 안팎의 매장에서 대상 업종들의 예상 수익을 뽑아봤다.

"매출 대비 수익률 30%를 기준으로 업종별 리스트를 만들어 보니 10개 정도가 나오더군요. " 예비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외식점을 첫 번째 검토 대상으로 분석했다. 평소 요리가 취미여서 외식점이 심정적으로는 끌렸지만,창업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자재 값이 고공행진하는 데다 인건비와 종업원 관리에 허덕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두 번째 조사 대상은 커피전문점.A급 상권에선 유명 브랜드의 창업비용이 3억원을 훌쩍 넘는 데다 매출 대비 수익률이 15% 안팎에 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세 번째는 베이커리점.창업비용과 수익률은 그런대로 괜찮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나 일정 주기로 매장을 리뉴얼하게 돼 있어 번 돈을 매장에 쏟아부어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마지막으로 검토한 게 맥주전문점.선두 브랜드의 수익률이 매출 대비 35~40%에 달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새벽까지 영업을 해야 하므로 체력 부담이 크다는 건 단점이었다.

한 사장은 한 달간 맥주전문점들을 집중 탐구했다. 서울 지역에서 한 달에 매출이 2000만원 이상 나오는 4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저녁이면 매장에 가서 살다시피 했다. 결국 크림을 생맥주 위에 얹어 마실 때 순한 느낌을 주는 방식을 특허 출원한 브랜드를 최종 선택했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다 줄인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택한 뒤 한 사장은 다음 관문인 점포 고르기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임대비용이 싼 점포를 고르면 똑같은 매출을 올리더라도 수익이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월세로 나가는 돈이 많으면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어온 터라 임대료 싸고 입지 좋은 점포를 찾는 데 비지땀을 흘렸습니다. "

대전에 살던 그는 틈만 나면 서울 거리를 헤매고 돌아다녔다. 좋은 점포가 나왔다는 연락이 오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갔다. 이러기를 6개월,서울 지하철 5호선 명일역 부근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연락이 왔다. 주택가에 있는 82.5㎡(25평) 규모의 식당이 매물로 나왔다. 역세권이어서 유동인구가 많고,1차 상권 안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입지가 좋은 데 비해 월세가 200만원으로 인근 점포에 비해 100만원가량 싸더군요. 발품 팔며 돌아다닌 덕을 보는구나 생각했죠." 한 사장은 점포를 구하고 나서 근처 아파트로 이사했다. 새벽까지 영업하는 맥주점 특성상 출 · 퇴근이 편리해야 힘이 덜 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사장은 최근 한 달에 2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순익은 한 달에 700만원 안팎.개점 전 계획한 목표 수익률 30%를 훌쩍 넘겼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