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치킨매니아 등촌점 대표(54)는 퇴직 후 6개월 만에 창업했지만 비싼 수업료를 치러야 했다.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A급 상권에 육회전문점을 냈다가 4개월이 안돼 폐업신고서를 냈다. 상권이 좋다고 해서 어떤 업종이나 다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니라는 것도 몸으로 배웠다. '상권과 업종의 궁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장사의 원칙이었다.

◆가맹본부 맹신은 곤란

김 대표는 주류 유통업체에서 25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2009년 4월 퇴직했다. 부사장까지 올라 대표이사를 눈앞에 뒀지만,'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표를 냈다. 아직 젊다는 생각에 창업을 서둘렀다. 주류 유통업체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담당하면서 자영업자들을 많이 접촉한 경험이 있어 자영업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육회전문점에 눈길이 쏠려 가맹본부 몇 군데를 알아봤다. 가맹본부가 권유한 가게 입지는 서울 관철동.서울 도심 사대문 안에서 명동 다음으로 유동인구가 많이 몰리는 곳이다. 직접 가 보니 주변에 육회전문점 가게가 별로 없어 손님을 독점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 대표는 가맹본부가 가게를 보여준 당일 곧바로 점포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개점 첫날부터 대박의 환상은 깨졌다. 김 대표는 "오픈 첫날까지 주방설비가 도착하지 않았고 육회조리장도 오지 않았다"며 "개점 이후에는 가맹본부 사람들이 잘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 개점 후 하루 평균매출 70만원을 올리기가 힘들어 한 달에 2000만원 매출이 고작이었다. 결국 4개월을 버티다 가게를 접기로 했다.

◆상권과 업종의 궁합

김 대표를 상담했던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은 패인을 3가지로 요약했다. 첫째,가맹본부 말만 듣고 유동인구를 맹신했다는 점이다. 창업 초보자는 실패 가능성이 없는지 끈질기게 의문을 제기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상권과 업종의 궁합이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1020세대들이 북적대는 상권에서 육회전문점은 어색한 업종이었다. 셋째,예상매출과 손익분기점 산출과 같은 기초적인 소점포 경영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경험을 과신했다는 것이다.

쓰라린 패배를 맛 본 김 대표는 두 번째 사업 아이템을 치킨점으로 결정했다. 가장 대중적인 아이템인 데다 동네상권에서 잘 먹힐 수 있는 업종이란 점에 착안했다. 홀과 배달,테이크아웃 등 3가지 영업이 모두 가능한 점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넉 달간 발품을 판 끝에 서울 등촌동에서 김씨 부부가 원하는 가게를 발견했다.

그는 "주상복합 건물 1층이어서 기본 수요가 뒷받침되는 데다 맞은 편에는 대형마트가 있어 쇼핑을 마친 주부들의 눈에 쏙 들어오는 곳"이라며 "가게 전면이 대로변에 접해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주방쪽으로도 문을 내 테이크아웃 손님을 받을 수 있고,여름에는 테라스를 펼 수 있는 공간도 충분했다.

지난해 6월 두 번째 가게 문을 열어 한 달 평균 4000만원의 매출을 꾸준히 올렸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