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잘못된 정책이 저축은행의 부실을 더 키운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됐다.

17일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위원회 · 금융감독원의 '서민금융 감독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위는 2006년 8월 말 저축은행이 개별차주에게 80억원 이상 거액 여신을 할 수 있도록 우량저축은행(8 · 8클럽)의 기준(자기자본비율 8% 이상 · 고정이하 여신비율 8% 미만)을 신설했다. 그런데 당시 이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전체 저축은행 104개 가운데 80개(76.9%)였다.

감사원은 "8 · 8클럽의 기준은 변동성이 크고 신뢰성이 낮아 우량 저축은행에 적용하려던 취지에 부합하지 않았고 결국 저축은행으로 하여금 80억원 이상 부동산 PF 대출에 집중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80억원 이상 거액여신은 2006년 6월 말 9개 저축은행 9330억원에서 2009년 말 35개 저축은행 17조6206억원으로 급증했다. 금감원은 8 · 8클럽 요건을 상실해 1년 이내 80억원 초과 여신을 해소해야 하는 17개 저축은행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감독당국은 부동산 PF 대출의 자산건전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도 시행을 유보,부실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2005년 3월 저축은행의 연체 기준을 은행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현재까지 시행하지 않고 있다. 2008년 2월에 도입한 PF 대출 적립률 강화 기준은 2010년 말까지 유예됐다.

2008년 이후 부실한 저축은행을 제3자가 인수하도록 하는 금융위의 부실 저축은행 인수 · 합병(M&A) 정책도 부적정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정확한 부실 규모를 파악해 증자가 이뤄지도록 지도 · 감독해야 하는데도 금융위는 부실 규모를 별도 파악하지 않고 제3자의 실사 결과에만 의존한 채 M&A를 승인,부실 저축은행의 경영정상화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또 전체 대출의 50% 이상을 영업구역 내 개인과 중소기업에 하도록 하는 규정을 위반한 19개 저축은행에 대해 1개만 제재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