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단타투자자의 무덤!''도쿄증권거래소(TSE)는 외국인의 배만 불려주려는 건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홈페이지 게시판은 8일 이 같은 개인 투자자들의 아우성으로 가득했다. 투자자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의 퇴출 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 말 일본증권업협회 등록 회원사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300개 밑으로 줄었고 올 들어서도 5개사가 더 문을 닫았다.

사태의 원인은 '애로헤드(Arrowhead)' 탓이었다. 애로헤드는 작년 1월4일 가동을 시작한 도쿄거래소의 초고속 거래시스템이다.

◆시스템 교체,투자방식 · 업계판도 바꿔

10년 만에 거래시스템을 전면 교체한 도쿄거래소의 애로헤드는 일본 증시에 초단타매매(HFT · high frequency trading)의 바람을 몰고 왔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일본 증시 매매체결 시스템이 너무 느리다"는 비판을 수용해 주식매매 처리속도를 종전 2~3초에서 0.002~0.008초로 최대 600배 단축한 것이다.

초단타매매가 전체 거래량의 70% 이상인 미국에서 다이렉트에지(Direct Edge),배츠(BATS) 등 전용시스템을 들여왔다. 이를 이용한 초단타매매는 일본 내 온라인 주식 거래량의 30%를 차지한다.

먼저 된서리를 맞은 것은 개인 단타매매자들이었다. 개별 종목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샀다 팔았다를 반복해 왔지만 동일한 매매를 1초에 수백번씩 수행하는 초단타매매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김순구 히마와리증권 과장은 "단타거래를 하던 전업 투자자들이 주식거래를 그만두면서 거래량도 덩달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 감소는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 다이세이증권이 설립 8년 만인 올 1월 영업을 중단했고,마루쿠니증권도 이달 문을 닫았다. 작년 4월에는 온라인 증권사 모넥스와 오릭스가 합병했고,업계 2위 미즈호증권도 미즈호인베스터즈증권과 통합을 논의 중이다.

이현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초단타매매 비중이 높아지는 시장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증권사들의 생사가 갈리면서 일본 증권산업이 대형화 · 전문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서도 증권사 차별화될 수도

한국거래소의 주식매매 처리속도는 평균 0.04초다. 도쿄거래소에 비해 최대 20배 정도 느리지만 초단타매매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그럼에도 초단타매매가 일본만큼 확산되지 않는 것은 주식거래에 부과되는 0.3%의 증권거래세 때문이다.

성필규 P&K투자자문 대표는 "초단타매매는 주가의 작은 변동폭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데 세금으로 0.3%를 떼고 나면 남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초단타매매가 외국인과 일부 기관을 중심으로 거래세가 부과되지 않는 파생상품에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다른 나라 거래소와 비교해 시스템이 뒤처지는 만큼 마이크로세컨드(100만분의 1초) 수준까지 거래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초단타매매는 증권사 자기자본 투자(PI)에서 고객 자산관리까지 폭넓게 이용될 수 있다"며 "초단타매매에서 우월한 알고리즘과 시스템을 갖춘 증권사가 비교우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극초단타매매

high frequency trading.주가나 파생상품의 미세한 가격 변동을 이용해 1초에 수백번에서 수천번까지 매매해 수익을 올리는 거래방식.다른 거래자가 낸 매수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먼저 주식을 산 뒤 해당 호가에 되파는 거래도 가능하다. 거래속도를 높이기 위해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거래소와 가까운 지역으로 옮기기도 한다. 속도가 너무 빨라 알고리즘(algorithm · 프로그램을 이용한 매매전략) 이용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