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길어져 '인생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시니어들의 '세컨드 라이프'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생 2막'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일자리 마련이 필수적이지만 재취업은 녹록지 않다. 시니어 창업이 봇물을 이루는 이유다. 그러나 시니어들을 위한 창업교육 프로그램,전문강사,참고자료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시니어 창업자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생생한 성공사례와 반면교사 역할을 할 실패사례들을 발굴,시리즈로 소개한다.

시니어 창업시장의 기상도는 언제나 '흐림'이다.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샐러리맨에서 자영업자로 변신하는 데 따르는 불안감은 물론이고 부쩍 떨어지는 체력,빠듯한 창업자금도 시니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한번의 실패로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악조건을 딛고 성공의 나래를 편 시니어 창업자들은 많은 샐러리맨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베이비부머 신씨 부부의 창업과정

2009년 11월 직장을 그만둔 신동선 씨(53)는 여느 베이비 부머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체에 입사해 25년간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했다. 자의반,타의반으로 직장생활에 종지부를 찍고선 잠시 휴식기를 갖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신씨는 '인생 2막' 설계에 골몰할 필요가 없었다. 그해 4월 이미 아내 연경애 씨(51)가 창업전선에 뛰어든 덕분이다.

이들 부부는 서울 반포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명동할머니국수점'을 운영하고 있다. 연씨는 남편 나이가 쉰살을 넘기며 뭔가 불안감이 엄습했다. 마침 하나뿐인 딸도 대학교 3학년이어서 자녀 뒷바라지할 때는 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초기 반년은 눈물로 지샌 날이 많아요. 난생 처음 해보는 외식업은 그야말로 중노동이었어요. 뼈빠지게 일해도 매출은 제자리 걸음만 걷더라고요. 전 재산인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 1억8000만원을 창업자금으로 털어넣었으니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조리에,서빙에,허드렛일까지 혼자 다 하느라 몇 번씩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

연씨는 장사 초기를 되돌아보며 눈물을 훔쳤다. 8개월 뒤 합류한 남편이 힘을 보태면서 매출은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서로의 장점을 살려 자연스레 역할이 분담됐다.

아내는 조리와 서빙,직원관리를 총괄하고 남편은 직장생활 경험을 살려 세무 · 회계 일을 전담했다. 가끔 배달주문이 들어오면 남편이 도맡아 나섰다. 휴일 없이 장시간 점포를 풀 가동하다보니 전기나 수도 시설의 잔 고장이 줄을 이었다. 자질구레한 수리 일은 물론 남편 몫이다.

◆중노동 속에서도 성공 문턱에 진입

창업한 지 2년에 가까워지는 요즘 한 달에 5000만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다. 매장 규모는 56㎡(약 17평)이며 1인당 매출을 뜻하는 객단가는 5000원 정도다. 가게 입지는 그야말로 A급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메리어트호텔,경부선과 영동선 고속버스터미널이 지하로 연결되는 센트럴시티 지하쇼핑 공간이어서 유동인구가 하루종일 끊이지 않는다. 덕분에 계절에 관계없이 매출이 일정하다. 주 고객은 백화점 직원을 비롯 지하쇼핑몰의 각종 서비스업소 직원들과 터미널 이용객.단체로 배달하는 주문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신씨는 "상권이 좋은 만큼 국수전문점 2곳과 분식전문점 1곳 등 동일 업종의 경쟁점이 3개나 있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아침 7시30분에 문을 열어 밤 10시까지 15시간 가까이 휴일 없이 영업한다"고 말했다.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는 낮 12시부터 3시간 동안과 오후 6~8시에는 주방 3명,홀 2명 등 직원 5명과 함께 비지땀을 흘린다.

신씨 부부는 최근 교대로 매장을 운영한다. 건강관리를 위해서다. 신씨는 오전 10시께 출근해 오후 5시까지,연씨는 오후 5~10시까지 나눠 일한다. 어차피 오래 끌고가야 할 삶의 터전이어서다. "초창기엔 직원 관리에 애를 먹었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과 호흡을 맞추니 이젠 아침 7시30분에 직원 두 명이 나와 자발적으로 점포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 직원들은 모두 40대 여성들로 정규직 대우를 해주고 있다. 그래야 들락날락하지 않고 오래 근무하기 때문이다. 신씨는 "나이 들어 창업할 경우 가족의 동의와 협력이 절대적"이라며 "혼자만 몸부림치다 좌절하면 재기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니어 창업에서 가족은 빼놓을 수 없는 독립변수인 셈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