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 수천억원에서 2조원까지 청약 자금이 몰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공모주들이 상장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모가가 주식시장 상승기에 결정돼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으로 평가를 받은 이후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주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나노신소재는 오전 11시 11분 현재 시초가보다 1500원(8.55%) 내린 1만6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공모가 1만7000원보다 5.59% 낮은 수치다.

투명전도성 산화물(TCO) 타깃을 주로 생산하는 소재업체인 나노신소재는 지난달 말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서 높은 인기를 보였다.배정물량 35만5800주에 2억3948만8940주의 청약이 이뤄졌으며 청약 증거금으로는 2조356억원이나 몰렸다.

다른 신규 상장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달 27일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조정을 이어가면서 최근 상장한 6개의 코스닥 기업 가운데 티피씨글로벌을 제외한 5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청약 증거금이 각각 1조1445억원, 1조6900억원 가량 몰렸던 엘비세미콘제이엔케이히터도 공모가보다 15~17% 가량 낮은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일을 보인 케이아이엔엑스딜리의 주가도 공모가보다 17% 가량 낮다.

이같은 약세는 공모가가 급변한 현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IPO팀 관계자는 새내기주들의 약세에 대해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의 시차에서 비롯된다"며 "신규 상장주들의 공모가는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결정돼 비교적 높게 평가를 받았지만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투자자들이 다소 높은 공모가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노신소재의 공모가는 공모가 밴드 1만4500~1만6500원을 상회하는 1만7000원에 결정됐다. 케이아이엔엑스와 엘비세미콘의 공모가도 각각 공모가 밴드 상단 7500원, 4500원을 넘어서는 8000원과 4700원으로 확정됐다. 티피씨글로벌, 제이엔케이히터, 딜리의 공모가는 공모가 밴드 상단에서 결정됐다.

공모주 투자에 나섰던 기관들이 상장 직후 현금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주가에 부담이다. 다른 증권사 IPO팀 관계자는 "삼성생명 공모주 투자로 손실을 본 기관투자자들이 최근에는 보호예수 없이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주가에 부담을 느낀 기관들이 상장 직후 바로 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