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베이비 부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창업지원 대책은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정부가 내놓은 베이비 부머에 대한 창업지원 대책은 작년에 만든 '시니어창업 지원' 하나 뿐이다. 이 사업은 퇴직 이후 창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은퇴자들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추진하는 것.소상공인진흥원 주도로 이뤄지며 △은퇴자들이 창업할만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창업의지가 있는 은퇴자를 선별,창업준비 교육(창업스쿨)을 이수하게 한 뒤 △교육 이수자에게 최대 5000만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사업예산을 작년 30억원에서 올해 65억원으로 증액,유망 창업아이템을 20개에서 40개로 늘리고 창업스쿨 대상자도 800명에서 42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문제는 베이비 부머를 위한 유망 창업아이템들이 실제 성공을 보장해주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작년에 정부가 정한 20개 창업아이템을 보면 경력관리 컨설팅업,실버산업 컨설팅업,그린푸드업,원목인테리어업,꽃공예 사업,친환경세탁소,노인요양보호업 등이다. 조경사업,농촌관광사업,특용작물재배업,마을사무장 등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직종도 포함돼 있다.

서정대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베이비 부머와 같은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창업지원책은 직장에서의 전문성을 살려 이른바 '음식점 창업'을 막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그러나 현 단계에서 교육프로그램 인프라는 은퇴자들의 전문성을 살리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소상공인 창업지원제도도 부실하다. 정부는 작년 3000억원이던 소상공인 지원예산을 올해 4000억원으로 늘리고 지원대상도 대폭 확대했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엉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소상공 분야 예비창업자를 위한 '성공창업패키지 교육'.이 사업은 총 80시간에 걸쳐 이론교육,현장실습,사업계획서 작성,자금지원,사후관리를 해주는 정부의 대표적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작년 7420명이던 교육 대상자를 올해 11만명으로 늘려 창업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교육 대상자인 11만명 가운데 10만명에 대해서는 4시간짜리 기본 교육만 하는 것이어서 '숫자 부풀리기'란 지적이다. 서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창업이 곧 일자리 창출'이라는 식의 장밋빛 전망만 남발한 측면이 강하다"며 "지금이라도 창업자들에게 질 높은 컨설팅을 제공하고 창업의 어려움과 실패가능성을 설명하는 등 (창업 지원책의)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