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터치스크린 新기술로 합병 첫해 매출 1천억 목표"-김홍채 트레이스 부사장
"터치스크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이 될 것입니다. 터치스크린 분야에서만 올해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홍채 트레이스 부사장(38ㆍ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논현동 트레이스 부설연구소에서 기자와 만나 "합병 첫 해 1000억원의 매출도 가능하다"면서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김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트레이스는 코스닥 기업 지오멘토를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 중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합병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금감원 승인이 떨어지면 다음달 9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3월 합병 신주를 발행한다. 합병 이후 김 부사장이 7.47%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그는 "합병이 마무리 된 이후 사명을 기존 지오멘토에서 트레이스로 바꾸고 회사를 터치스크린 전문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터치스크린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이달 말 가동에 들어가는 경기도 안산의 신공장을 꼽았다.

안산 신공장에는 트레이스가 터치스크린 제품 양산을 위해 170억원 가량을 들인 자동화 라인이 있다. 설비가 모두 가동될 경우 연간 1100만개 내외의 휴대폰용 터치스크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개당 제품 단가를 1만2000원으로 잡으면 연간 1320억원 수준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트레이스가 2009년 매출액 356억원, 영업이익 26억원의 실적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신공장 설립의 의미는 상당하다.

"빠른 시일 내 풀(full)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계획을 밝힌 김 부사장은 일단 올해는 500억원 수준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했다. 영업이익률은 15%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트레이스는 휴대폰 기업들과 납품 계약을 추진 중이다. 트레이스가 기존에 플래시 모듈을 납품하고 있는 LG전자가 첫 고객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가 생산 예정인 터치스크린은 기존 ITO(금속산화물) 필름 방식이 아닌, 글라스 방식이어서 기술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필름 방식의 경우 겉면의 커버는 강화 글라스를 쓰는 대신 안쪽의 터치스크린 패널은 ITO 필름을 사용한다. LG전자의 시크릿폰이 패널 방식 터치스크린을 쓴 대표적 제품이다. 이에 비해 글라스 방식은 커버와 터치스크린 패널 모두에 글라스를 활용한다.

글라스 방식은 투과율이 90% 이상이어서 80%대인 필름 방식보다 화질이 선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터치 감도가 우수하고 두께도 더 얇게 만들수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에도 글라스 방식 터치스크린이 적용된다.

김 부사장은 "트레이스는 이런 글라스 방식 터치스크린을 싸게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자동화가 힘든 글라스 방식 터치스크린 제조 공정을 상당 부분 자동화해 수율을 높이고 단가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존 업체들의 경우 수율이 80% 수준에 불과하나, 안산 신공장의 자동화 설비를 시험 가동한 결과 수율이 97%까지 나왔다"면서 "실제 양산에 들어가도 95%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부사장은 "기존 플래시 모듈은 LG로부터 안정적인 납품을 보장 받고 있어 당분간 캐시 카우(cash cow)가 될 것이고, 터치스크린은 앞으로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양산을 시작하면 터치스크린 시장 잠식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지오멘토 경영진으로 선임된 이후 최근 합병신고서를 제출하기까지 "어렵고 긴 여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부사장은 2008년 7월 이광구 현 트레이스 대표, 변상철 현 지오멘토 대표 등과 함께 지오멘토의 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지오멘토는 경영진과 주주들 간 분쟁이 있었고,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기존 경영진을 해임하고 카이스트(KAIST) 박사 출신인 김 부사장과 이 대표, 포항공대 출신의 변 대표 등을 새 경영진으로 영입했다.

김 부사장 등은 기존 경영진이 벌여 놓은 사업들을 정리하는 등 최근까지 회사 정상화에 힘썼다. 그 과정에서 회사가 상장폐지 문턱까지 가기도 했고, 적대적 M&A(인수ㆍ합병) 시도도 있었다.

그는 "우회상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누군가는 합병 이후 주가가 오르면 팔고 나가려 한다고도 하는데, 지난 10년간 이끌어 온 회사를 파는 일은 절대 없다"면서 "오로지 사업으로 평가받아 시장의 신뢰를 쌓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