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식품과 원자재 가격이 연초부터 세계 곳곳에서 급등 중이고 국제 유가도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올리며 물가 대응에 나섰지만 유동성 과잉을 막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또 다른 투자 기회도 제공한다. 정유 · 화학과 원자재,대체에너지 관련주 등 인플레이션 시기에 빛나는 수혜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물가 압력 여전

인플레이션 압력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업제품과 서비스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경상수지가 흑자인 데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해외 유동성도 계속 들어왔다. 중국의 높은 물가가 중국 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국내를 포함한 각국으로 인플레이션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

한은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급등한 물가를 잡기에는 한발 늦었다는 평가다. 게다가 구제역 확산과 설 수요 때문에 식품발 물가 불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에 나서게 된다. 이 경우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 실적이 둔화하면서 증시도 힘을 잃을 수 있다. 1990년 이후 인플레이션 심화 기간에 코스피지수는 평균 3.25% 하락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물가 급등이 시장을 급속히 냉각시킬 단계는 아니라고 내다봤다. 김진성 한화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준의 정책금리 조정은 하반기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유동성 확장 정책이 유지되면서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품 관련주와 대체에너지주에 주목

원자재 가격이 오를 때 1순위로 떠오르는 종목은 상품 관련주다. 특히 정유주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정제마진 확대가 호재다. 원유값이 오르면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재고를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황규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SK에너지에 대해 "배럴당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3분기 6달러70센트에서 4분기 7달러60센트까지 커졌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국제유가 강세에 힘입어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휘발유값 인하 압력은 단기 영향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고려아연을 비롯한 비철금속주도 인플레 수혜주다. 구리 등 상품가격이 오르면 제품가격에 재료비 증가분을 전가할 수 있다.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농업 관련주도 모처럼 주목받고 있다. 경작 면적이 늘어나면서 농기계나 비료,종묘 등 관련 상품과 서비스 수요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구제역 여파로 떠오른 수산주도 물가 상승과 관련이 깊다. 이경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참치 수요는 여전한데 어획량이 줄어 참치가격 강세는 3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동원산업 사조산업 등 수산주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태양광과 2차전지 등 대체에너지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부터 2013년까지 태양광 에너지 생산량은 연평균 30%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OCI웅진홀딩스,오성엘에스티 등이 대표적인 태양광 관련주다. 상품가격 급등은 자원 개발에 대한 관심도 촉발시킨다. 국내 종합상사 중 최대 규모로 E&P(자원개발) 실적을 올리고 있는 LG상사,미얀마 등에서 자원을 개발 중인 대우인터내셔널,예멘 등에서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물가 정책은 변수

인플레 압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인다. 은행주와 보험주 등 금융주에 단연 호재다. 전문가들은 이 외에도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가치주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이재만 연구원은 "과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구간에서 고PBR(주가순자산비율) 대비 저PBR주의 상대 강도가 높았다"며 업종 평균 대비 PBR이 낮은 종목들을 추천했다. 한섬한국타이어,동부제철,한일시멘트,한국전력 등은 대표적인 저PBR 종목이다.

인플레 수혜주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은 정책 변수다. 정부가 물가 규제 정책을 쓸 경우 업종별로 수혜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대책을 통해 전기와 가스요금을 당분간 동결하기로 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휘발유값 압박에 나서자 지난 14일 정유주와 전기가스주가 일제히 약세로 돌아선 것이 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