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전세난이 단독 · 다가구 · 다세대 · 연립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전세 대책에서 손을 놓은 사이 치솟는 전셋값으로 아파트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이 옮겨가는 데 따른 현상이다. 이에 따라 주거환경 환금성 등이 아파트에 비해 취약,약세를 보였던 단독 · 연립 등의 전셋값도 강세로 돌아섰다. 인상된 전세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내는 이른바 '반(半)전세'도 늘고 있다.

◆상승폭 커지는 연립 · 단독주택 전셋값

6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연립주택 전셋값은 전월보다 0.4% 올랐다. 5개월 전인 작년 7월 변동률은 0%였다. 단독주택도 작년 7월 0.2% 상승에서 지난달엔 0.3%로 상승폭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실제 단독 · 연립 등의 전셋값은 통계보다 더 올랐다고 지적했다. 통계엔 거래되지 않은 주택도 넣어 계산하는 탓에 거래가 없는 주택은 상승률이 0%로 계산돼서다.

단독 · 다가구 · 연립 등이 몰려 있는 방배동 연남동 연희동 성북동 등 서울지역에서는 요즘 전세 물건이 자취를 감추고 전세가격도 몇 달 새 최고 40%대까지 올랐다. 방배동 한수공인의 송민식 사장은 "부동산 대책이 나온 작년 8월과 비교하면 최근 빌라 전셋값이 30~40% 치솟았다"며 "빌라 전세 물건은 전체 방배동을 통틀어 10채도 안 될 정도로 부족해 값을 비싸게 높여 내놓아도 2~3일 만에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직장인 세입자 수요가 많은 방배동 일대에는 몇 명이 방을 나눠 쓰는 계약이 늘면서 20평대 빌라는 서너 달 전보다 3000만~4000만원 높은 1억5000만원을 줘도 구하기 힘들고, 30평대는 5000만~6000만원 정도 올라 3억원 선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고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아파트 전세난 '풍선효과'

단독 · 다가구 · 다세대 · 연립 주택 등의 전셋값이 치솟는 이유는 아파트에서 비롯된 전세난이 '풍선효과'를 가져온 탓이다. 연남동 수공인의 민충식 사장은 "아파트에 살던 세입자들이 빌라로 넘어오면서 다가구나 빌라 전세 물건도 씨가 마르고 있다"며 "집주인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린다는 사실을 알고 1억8000만원이었던 빌라 전세가를 3000만원 올려 다시 내놓는 사례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성북동 좋은집공인의 김성근 사장은 "전세 비수기인 지금도 아파트에서 나오는 세입자와 올봄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까지 수요가 겹쳐 단독주택과 빌라 전세를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 됐다"며 "2년 전 1억4000만원이던 재개발지역 33평형 빌라를 재계약하려면 1억9000만원을 줘야 한다"고 전했다.

◆단독 · 다가구 · 연립주택에도 반전세 등장

세입자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의 일부를 월세로 돌려 받는 반전세가 단독주택 등에도 등장했다. 집주인은 저금리 기조에서 월세를 받아 좋고,세입자는 갑자기 높아진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까닭이다.

연남동 부동산1번지공인의 이경근 사장은 "1억2000만원짜리 전세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으로 전환했는데도 눌러앉는 세입자가 있다"고 말했다. 성북동 돈델공인의 김미순 사장은 "보증금 1억3000만원짜리 빌라가 최근 1억7000만원으로 시세가 올라 집주인이 보증금 8000만원에 월세 70만원으로 바꾸자 결국 세입자가 다른 집을 찾아 이사했다"고 전했다.

방배동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단독 등의 세입자들은 아파트 세입자에 비해 월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자영업자 등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일부 세입자들은 엄동설한에 꼼짝없이 쫓겨날 판"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서울 시내 연립주택 월셋값 상승률은 지난달 0.8%로 아파트(0.6%)를 웃돌았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