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북반구 지역이 잇따른 폭설과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워싱턴,뉴저지,뉴욕 등 대서양 연안 미 북동부 지역에 크리스마스인 25일 이후 최대 45㎝의 폭설이 내렸다. 남부 조지아주에서 북부 버몬트주까지 1600㎞ 지역에는 블리자드(눈폭풍) 경보 및 주의보까지 발령됐다. 이에 따라 이 지역 항공 운항은 대부분 중단됐다. 뉴욕에 있는 JFK공항과 라가디아 공항,뉴저지의 뉴어크 국제공항 등에서 모두 3000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폭설은 27일에도 계속돼 다음 날 항공 운항도 어려울 전망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폭설로 도로 교통도 마비됐다. 워싱턴시 당국은 200대의 제설차를 동원했지만 한파까지 겹치면서 도로가 얼어붙어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워싱턴과 보스턴을 오가는 버스와 뉴저지 일대 버스 노선은 대부분 끊겼다. 메릴랜드주,버지니아주 당국은 주 전체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강풍을 동반한 폭설로 소매업체들도 울상을 지었다. 가장 쇼핑을 많이 하는 기간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 직후 주말에 폭설이 내리면서 매장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NPD는 미국 소매업체들이 26일 하루 동안 입은 손해를 만회하려면 약 2주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100여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은 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남동부 지역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조지아주 주도인 애틀랜타에서는 1880년 이후 최대 폭설이 내리면서 25일에만 애틀랜타발 항공 수백편이 취소됐다.

러시아도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에 25일 눈과 비가 뒤섞여 내려 얼어붙는 이상기후가 나타나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주민 18만여명에 대한 전기 공급이 끊기고 모스크바 남동쪽 외곽의 도모데도보 국제공항 기능이 마비됐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은 전했다. 앞서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유럽의 폭설로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에서도 약 700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고,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에선 4만명의 발이 묶였다.

기상청은 북반구에 폭설과 한파가 계속되는 원인은 남하한 북극의 한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온난화 현상으로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서 북극의 한기가 더운 공기에 밀려나는 범위가 넓어져 북반구 중위도까지 한파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강경민 기자/뉴욕=이익원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