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4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개최한 기자설명회는 필자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페이스북이 맘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페이스북은 이날 모바일 전략을 발표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26)와 임원들이 '딜 플랫폼(Deals Platform)'이란 것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기자설명회 모양새는 허접스러웠다. 대학 동아리 발표장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앞쪽에 세워놓은 2개의 스크린은 너비가 2m밖에 안될 정도로 작았고,기자들이 앉은 좌석은 아무렇게나 배치한 듯이 보였다. 스피커는 저커버그가 말하는 도중에도 삑삑거려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페이스북 타임'도 화제가 됐다. 늘 그렇듯이 기자설명회를 예정시간보다 10분이나 늦게 시작했다.

쉽게 말하면 '딜 플랫폼'은 지역의 할인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알려주는 서비스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자신의 위치정보를 공개하면 주변 업소의 할인 정보가 뜬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음식값 30% 할인,월요일 하루 영화관람료 50% 할인….이런 식이다. '딜 플랫폼'을 활용하면 사업자들은 고객을 모을 수 있고,이 서비스 사용자는 주변 할인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이 서비스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이동통신 사업자,인터넷 사업자,소셜 커머스 사업자 등이 군침을 흘리는 모바일 지역광고 시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색 서비스로 세계 검색광고 시장을 독차지한 구글 역시 이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딜 플랫폼'이 계획대로 순탄하게 활성화되진 않겠지만 페이스북이 '모바일 시대의 구글'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단순히 '딜 플랫폼'이란 서비스 때문에 놀란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이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2004년에 출범한 여섯살배기에 불과하지만,이미 5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도 2억명이 넘는다. 페이스북은 이 거대한 이용자를 기반으로 인터넷 최강자인 구글마저 위협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구축한 세계 최대 개방형 플랫폼은 한국의 통신 사업자나 인터넷 사업자들이 상상도 못했던 방식이다. 가입자든 콘텐츠든 자사 울타리 안에 가두는 것을 최상으로 생각했던 국내 사업자들은 '개방하면 세계적인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뒤늦게 개방을 표방하고 나섰지만,주도권은 이미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에 넘어갔다.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온 지 이달 말로 만 1년이 된다. 우리는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지 2년 반이나 지난 뒤에야 들여왔다. 아이폰이 들어온 뒤에는 통신 서비스든,인터넷 서비스든,휴대폰 산업이든 다 달라졌다. '아이폰 쇼크'란 말까지 나왔다. 한 전문가는 "아이폰 쇼크보다 강한 페이스북 쇼크가 올 수도 있다"며 "정보기술(IT) 강국 운운하며 자만한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페이스북 기자설명회를 지켜봤다는 인터넷업체 사장은 "창의성을 살리는 자유분방한 분위기야말로 실리콘 밸리의 최대 강점"이라며 "상명하달식 기업문화를 바꾸고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규제를 푸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면 겁부터 난다"며 "현재로서는 규제를 풀어주는 게 IT산업을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