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미 외교라인을 일제히 승진시킨 것은 대미 협상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승진한 강석주 신임 내각 부총리,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리용호 외무성 부상은 모두 6자회담과 대미 외교를 맡아온 핵심인물들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천안함 사태 이후 냉각된 대미 및 대남 관계를 대화국면으로 전환,6자회담의 조기재개를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특히 강 제1부상이 내각 부총리에 임명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내각 부총리는 보통 담당이 있는데 강 신임 부총리는 대외담당 부총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북핵 및 대미 외교에 있어서 막후 실세 역할을 해온 그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대외정책에 관해 협상파로 꼽히는 3명이 모두 승진한 것은 대화를 통한 대외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 신임 부총리는 6자회담과 대미 외교를 총괄해온 인물로 일찍이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와 협상을 통해 1994년 북 · 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그는 1986년 북한 관료로는 젊은 나이인 47세에 외교부 제1부상에 임명돼 24년간 같은 직책을 맡아오면서 북한의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해왔다.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였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이번에 '선임 부상'인 제1부상으로 승진한 건 대미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는 제네바합의 때 북측 차석대표로 강석주 당시 수석대표를 도왔던 인물이다. 6자회담 수석대표로 나서면서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담판을 통해 2005년 '9 · 19 공동성명'과 2007년의 '2 · 13합의' 등을 이끌어냈다.

특히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도중 김 위원장이 직접 회담장으로 불러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6자회담의 경과와 내용을 직접 설명토록 할 정도로 김 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6자회담 차석대표였던 리용호 신임 외무성 부상도 북한 내의 대미 전문가로 1990년대 초부터 핵문제뿐 아니라 군축, 인권,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 주요 대미 외교 현안을 다루는 각종 협상에 핵심 멤버로 참여했다. 리 신임 외무성 부상이 앞으로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