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산업] 국토부 잇단 실태 조사…지방 미분양 해소책이 1순위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부진한 지방 건설경기에 정부 당국이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함에 따라 어떤 대책이 마련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 간부들은 이 대통령이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서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자마자 건설업계 관계자 등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갑작스런 부양책 아니다

정부는 이 대통령이 건설 · 부동산 경기의 중요성을 두 차례 강조했지만 이를 확대 해석하지는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대출 규제 등 수요억제책을 사용해온 부동산 정책의 골격까지 바꾸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하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업계의 애로사항,거래 활성화를 위해 간과했던 문제점을 점검하고 고쳐 나가기 위해 지난 8~10일 민간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응과 부동산 거래에 숨통을 터주기 위한 제도 개선은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권도엽 1차관을 비롯해 국토부 고위 간부들이 연일 건설업계 관계자와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회초리'를 준비하던 이전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진 것이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 · 허가 통합심의 등 추진

정부는 시장 침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만큼 시장 참가자들이 겪는 고충을 적극 해결해준다는 방침이다. 한만희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그동안 건축심의,문화재심의,교통 ·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나뉘어 있어 사업 인 · 허가를 받는데 너무 많은 노력과 비효율이 발생했다"며 "인 · 허가를 통합 심의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간담회에서 제시된 각종 의견을 정책에 얼마나,어떻게 반영할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약통장을 가진 개인뿐 아니라 법인이나 외국인 등에게 일정 분양물량을 미리 분할해 공급할 수 있도록 청약제도를 마련해 달라"는 업계 요구에 대해선 자세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작년 8 · 15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이 '서민들도 내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이후 채 보름이 안돼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 발표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국토부 주택정책라인 간부들은 다음 주에도 업계 의견을 계속 듣는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설사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발표될 오는 21~25일 중에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도 동시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 수습을 위해선 채찍과 당근이 함께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대출규제 완화에 대해선 여전히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는 지방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는 만큼 추가 완화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출규제로 인한 수요기반 위축이 부동산 시장 침체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수도권 부동산 경기를 살리지 않고 지방 건설경기를 살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DTI 일부 완화 불가피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거래활성화 대책 시급

건설 · 부동산 업계는 올해 수도권에 13만5000채가량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몰리는 등 단기적인 공급과잉 문제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아우성이다. 시장 상황이 나빠 분양을 못하고 기다리기만 하는 아파트 물량도 전국에 4만채가량 쌓여 있다.

업계는 대출규제 완화 외에도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아파트로 입주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선 기존 집을 관리처분신탁에 맡기고 수익금증서를 받아 이를 근거로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해주는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부동산투자신탁회사(리츠)에 기존 주택을 현물 출자하고 대출을 받아 입주하는 세일즈 앤드 리스백(sales & lease back) 등의 대책도 거론되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