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에코시스템을 구성하는 수많은 기업 및 사람들과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며 서비스를 확장해갈 것이다. " 재미교포인 데이비드 고 야후 수석부사장이 제시한 글로벌 포털 야후의 모바일 전략이다. 독자적으로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만들고 스마트폰까지 내놓은 구글과는 판이하다. 최근 삼성전자와의 제휴를 위해 방한한 고 부사장을 만나 야후의 전략을 들어봤다. 그는 "야후가 OS나 휴대폰을 만드는 전략을 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스마트폰에 야후 앱 싣는다

야후는 최근 세계 2위 휴대폰 메이커인 삼성전자와 모바일 사업 협력을 위해 제휴를 맺었다. 이달부터 삼성전자가 국내외에 출시하는 스마트폰에 야후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탑재하기로 한 것.메일,메신저,주소록,캘린더,모바일 초기화면,플리커(사진 공유 서비스),검색,뉴스,날씨 등 야후의 모바일 앱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다. 탑재하는 앱은 삼성전자가 휴대폰 전략에 따라 선택한다. 야후 메일은 월 2억8000만명이 쓰고 있고 메신저는 월 84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야후 모바일 초기화면은 노키아 등 2000여종의 휴대폰에 탑재돼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다. 야후는 노키아 HTC 등 글로벌 휴대폰 메이커,글로벌 이통사 등 100여개사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에 야후 앱을 심으려는 전략이다. 애플 아이폰에도 야후의 날씨와 금융 앱이 기본 탑재돼 있다. 애플 진영,안드로이드 진영,윈도 모바일 진영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휴대폰 메이커나 이통사의 입맛에 맞게 야후 앱을 제작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략으로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고 부사장은 "OS와 무관하게 어떤 스마트폰에서도 사용자들이 야후 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TV든,휴대폰이든 야후가 뜬다

고 부사장은 "최근 몇 년 새 PC에서 모바일폰으로 관심이 빠르고 옮겨가고 있다"며 "이는 애플이 가져온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PC가 나오고 웹 접속이 가능한 커넥티드TV까지 등장했다.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 야후의 전략은 어떤 크기의 스크린일지라도 최적화한 야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고 부사장은 "연말까지 200만대의 인터넷TV에 야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TV에서도 모바일처럼 문자로 된 짧은 정보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이메일,친구와의 커뮤니케이션 등도 TV로 이뤄지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했다.

◆모바일 수익기반은 '아직 글쎄'

그는 모바일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지만 수익창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모바일 광고 등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고 부사장은 "수익창출에 앞서 야후의 관심은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PC 기반 서비스에서 쌓은 경험을 모바일에 접목하려 한다"고 말했다. PC 기반의 수익모델을 모바일에 그대로 적용하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야후는 PC 기반 웹에는 5개의 배너광고를 올리고 있으나 모바일 사이트에서는 1개에 그치고 있다. 그는 "모바일에서 너무 많은 광고를 시도하면 사용자 환경을 악화시킬 소지가 많다"며 "모바일 수익모델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위치기반 서비스가 모바일 승부처

고 부사장은 지역 관련 정보가 모바일 시장의 주 수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광고 매출의 절반이 지역 관련 정보가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지도 기능을 살린 검색 서비스로 호응을 얻고 있고 한국에서도 지역 검색 서비스 '거기'로 주목받고 있다"며 "모바일 위치기반 서비스 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후는 자회사인 검색광고업체 오버추어와의 모바일 사업에는 아직 소극적이다. 고 부사장은 "오버추어는 자회사라기보다는 독자적인 사업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며 "오버추어가 당분간 독자적으로 모바일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모바일은 모바일답게

야후는 모바일 시장에 특화한 서비스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PC 기반의 서비스를 모바일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고 부사장은 "PC 기반 서비스를 끼워 맞추기 해서는 안 되고 사용자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들면 반응하는 아이폰의 액셀러레이터 기능처럼 단말기의 기능을 살리면서 기존 야후 사이트의 이용 방법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이패드의 경우 책장을 넘겨가며 야후 서비스를 하나씩 이용하는 듯한 느낌을 살려 아이패드용 앱을 만들었다.

고 부사장은 "6억명의 야후 이용자가 모바일에서도 PC 기반의 야후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어떤 단말기로도 편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후가 PC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를 다양한 형태의 단말기에 최적화하는 작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광고 시장을 염두에 둔 때문이다. 고 부사장은 "나이키 같은 광고주들이 야후를 찾는 이유는 글로벌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라며 "특정 지역이나 단말기로 서비스를 한정한다면 광고에 그만큼 제약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