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바이오기업 덴드리온(Dendreon)이 전립선암에 대한 항암면역세포치료제 프로벤지(Provenge)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다.

이번 허가는 FDA에서 세계 최초로 항암면역세포치료제가 승인받았는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암의 치료는 수술, 항암화학치료, 방사선치료만이 표준치료로 진행돼왔다. 여기에 세포치료가 제4의 항암치료로 추가된 것이다.

30일 관련업계도 이 같은 소식을 반기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노셀, 중외신약, 엔케이바이오, 스템싸이언스 등 4개 회사가 항암면역세포치료제를 생산하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면역세포치료제, 환자 자신의 혈액으로 암을 치료

항암면역세포치료는 환자 자신의 혈액을 일정량 채혈하여 면역세포를 분리하고 특수한 배양과정을 통해 강력한 면역세포로 활성화시킨 뒤 환자에게 주사제로 투여하는 방식의 세포치료다. 환자 자신의 혈액을 이용한 맞춤치료이므로 항암치료 과정의 부작용이 적어 환자의 삶의 질도 향상된다는 특징이다.

이번에 판매허가를 받은 프로벤지는 전립선암 환자의 혈액에서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라는 면역세포를 추출하고, 수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배양한 후 전립선특이항원(PSA)처리를 통해 전립선 암세포를 포착(인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벤지는 환자에게 투여되어 몸 속에서 전립선 암세포를 찾아내어 제거하도록 면역시스템에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2003년부터 진행된 프로벤지 3상 임상시험 결과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여왔다. 프로벤지를 투여한 환자는 위약 투여환자보다 평균 4.1개월 생존기간이 더 길었고 사망위험은 24.1% 줄어들었다. (프로벤지 투여군 25.8개월, 위약투여군 21.7개월) 3년 생존율도 프로벤지 투여군이 31.7%인 것에 비해 위약투여군은 23%로 무려 38% 높게 나타났다. 5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그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프로벤지 승인을 통해 말기 전립선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는 프로벤지의 출시 첫해 매출을 2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덴드리온의 시가총액은 지난 29일 67억달러로 치솟았다.

◆국내업체 이노셀, 중외신약, 엔케이바이오, 스템싸이언스 등 임상중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암에 대한 세포치료가 어느정도 진행되고 있을까? 국내에서도 이노셀(간암), 중외신약(신장암), 엔케이바이오(림프종), 스템싸이언스(폐암) 등 4개 회사가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노셀은 간암에 대한 3상 임상시험 외에도 뇌종양(교모세포종)3상 임상시험, 췌장암 연구자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업계에서 가장 빠른 상용화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10개 대형병원에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의료계의 기대를 반증하고 있다. 그외에도 한국인에게 발생율이 높은 10대 암에 대한 전임상시험(동물실험)을 마치고 순차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현진 이노셀 대표는 "항암면역세포치료제는 국내 식약청의 허가를 받고 실제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 환자나 의료계의 인식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프로벤지의 FDA승인을 통해 항암면역세포치료제가 새로운 항암치료로 혁신적인 성과를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 프로벤지와 동일한 면역세포 전립선암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중외신약의 자회사인 크레아젠이 유일하다.

중외신약은 면역세포 기반의 전립선암치료제와 간암치료제의 2상 임상을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2007년에는 면역세포를 활용한 신장암 치료백신 크레아박스RCC의 2상임상을 마치고 3상임상 조건부 판매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이 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를 분리하여 제조하기 때문에 치료기간 중에도 부작용이 적고, 투여 후에는 암세포에 대한 기억면역이 유도된다. 장기적으로 암의 전이와 재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케이바이오는 면역세포치료제 NKM의 임상3상 시험을 통해 그 효과와 유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T세포나 B세포와 달리 특정 항원의 반응 없이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 등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NK(Natural Killer 자연살해)세포의 특징을 이용하는 치료제다.

국내 21개 대형기관에서 NKM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환자등록은 약 60%정도 진행된 상태다. 오는 10월께 심포지엄 개최를 통해 NKM의 효과 및 유효성을 증명할 예정이다.

현재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의 국내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세계시장 규모는 약 300억달러로 연평균 11%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