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증권사 주식파생부 김○○과장은 요즘 매일매일 '슈퍼 메뚜기'떼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슈퍼 메뚜기는 ELW(주식워런트증권)시장에서 하루에 수백번씩 초단타매매를 일삼는 스캘퍼(Scalper)를 말한다. 이 종목 저 종목을 오가며 초단타 주문을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8일 오전에도 A증권사가 발행한 '코스피200콜' ELW의 거래가 갑자기 폭증했다. 김 과장은 슈퍼 메뚜기의 공격이 시작됐다는 걸 직감했다. 김 과장의 역할은 ELW 매매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호가를 제시하는 유동성공급자(LP).그는 "슈퍼 메뚜기들이 LP의 호가 제공을 역이용해 단타매매로 차익을 올리고 있다"며 "개미투자자는 물론 증권사 LP까지 손해를 보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루 거래대금 1조4000억원이 넘는 ELW시장에서 슈퍼 메뚜기들의 변칙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3만명이 넘는 ELW 투자자 중 1%도 되지 않는 '슈퍼 메뚜기'들이 시장을 투기시장으로 만들어 개미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ELW 위탁매매를 많이 하는 증권사들에 무더기 감리 예고 조치를 내리고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에 나섰다.

◆슈퍼 메뚜기가 ELW거래 절반 차지

슈퍼 메뚜기들은 주로 현대증권과 신한금융투자 계좌를 번갈아 쓰며 ELW 거래를 하고 있다. 두 증권사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동일인으로 총 인원이 3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증권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정체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부분 선물 · 옵션 단타매매 경험이 있는 증권사 출신 40대 초중반 전업투자자들로 전해졌다.

2~4명씩 팀을 꾸려 활동하는 슈퍼 메뚜기들은 팀당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굴린다. 시장 변동성이 큰 날에는 하루에 1000번 가까이 거래하는 탓에 하루 거래대금은 수천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슈퍼 메뚜기의 매매 비중은 지난달 하루 평균 1조4889억원 규모(세계 2위)로 커진 ELW시장 전체 거래의 20~30%에 달한다. 증권사 LP를 제외하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ELW시장(LP 제외)에서 현대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점유율은 2008년 12월 각각 11.5%,9.9%에 불과했지만 지난달에는 각각 45.9%,27.8%로 급증했다. 전체 ELW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의 70% 이상이 두 증권사 창구에서 집중됐다는 얘기다.

한 ELW 전업투자자는 "ELW시장에서 증권사 LP의 호가 제시 원리를 꿰고 있는 슈퍼 메뚜기들이 시스템트레이딩을 활용해 손쉽게 떼돈을 벌고 있다"고 귀띔했다.

ELW 가격은 현물 주가흐름과 맞물려 움직이는데 증권사 LP들의 방향성을 한발 앞서 예측하는 시스템 트레이딩을 사용하는 슈퍼 메뚜기들이 단타 싸움에서 한 수 위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개인투자자들이 ELW 시장에서 얻은 수익이 4700억원 수준(거래소 추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은 팀당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공정 거래 가능성

3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슈퍼 메뚜기의 존재도 모른 채 번번이 당하자 한국거래소에 잇따라 ELW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민원을 통해 "삼성전자 ELW를 샀는데 현물과 연계성이 없이 주가가 급변해 골탕먹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 접수가 잇따르자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몇몇 ELW 슈퍼 메뚜기에 대해 불공정거래 혐의를 전면 조사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호가를 끌어올리는 시세 조종 행위와 함께 기초자산과 ELW 간 현 · 선물 연계 불공정 거래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지난달 말 슈퍼 메뚜기의 ELW 거래 주문을 받고 있는 주요 증권사들에 감리 예고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감리 예고는 사전 불공정거래 혐의 차단 조치다.

거래소 관계자는 "몇몇 선수들이 초단타매매로 ELW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민원이 잇따라 접수돼 불공정거래 여부를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서정환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