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1979년쯤의 이야기입니다. 삼성물산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던 때였습니다. 당시 아들이 4살이었지만,영국의 경우 유아교육을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유아학교(Infant School)에 다녔습니다. 영국 유아학교는 대개 4~7세의 어린이들이 다니는 의무교육 과정입니다.

하루는 아내와 아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식사시간에 물을 달라는 표현을 하는데,학교의 배급담당 선생님께 아들 녀석이 아마 "기브 미 워터(Give me water)"라고 말했던 모양입니다. 그때 선생님의 교육이 시작됐습니다. 그럴 경우엔 "기브 미 워터 플리즈(Give me water,please)"라고 말해야 한다고 4살짜리 어린이를 가르친 것입니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플리즈'란 단어를 빼고 보면 일방적인 명령 조의 의사소통이 됩니다. 이 한 단어를 추가함으로써 상대방을 존중하는 뜻을 담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일본 유아교육 내용도 배울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오 · 아 · 시 · 스'의 교육 내용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오=오하요 고자이마스(아침인사) △아=아리가토 고자이마스(항상 감사하기) △시=시쓰레이 시마스(실례하게 돼 죄송합니다) △스=스미마셍 데시다(결례했습니다)를 뜻하는 말입니다. 일상생활 속에 배어 있는 감사와 겸손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하고,상대방을 항상 배려하는 예의범절 있는 사회가 돼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의 명성을 되살렸으면 합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께서도 강조하셨듯이,기본인성의 토대로서 매너와 에티켓을 갖추고,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에서 모두가 겸손하고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밝은 사회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이는 요즈음 강조되는 친환경(맑은물,맑은공기) 조성이나 '녹색산업'육성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만들어질 정도로 국가 브랜드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또 내년 11월 예정된 'G20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한국 개최를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국격(國格)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시점에 국민 개개인의 인격(人格)이 높아져야 바람직한 국가 브랜드가 조성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1960년 이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압축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는 국민의 민도(民度)도 몰라보게 향상되긴 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선진국형으로 업그레이드돼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박철원 에스텍시스템 회장 cwpark@s-t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