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가 전기자동차 배터리시장에 본격 진출함에 따라 LG화학,삼성SDI가 양분해 온 자동차 2차전지 시장이 '3각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SK에너지는 미쓰비시 푸소 트럭(MFTBC) 등 해외 자동차 메이커와도 납품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에너지는 국내 중속(中速) 전기차업체인 CT&T와의 업무제휴로 배터리 판로 개척에 물꼬를 트는 한편 4500여개 주유소를 활용,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리튬이온전지 3파전

LG화학은 올해 초 미국 GM이 내년부터 양산할 전기차 '시보레 볼트'의 리튬이온전지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GM이 2011년에 내놓을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형 전기차(모델명 뷰익)의 배터리 단독 공급권도 따냈다. 삼성SDI도 지난 8월 독일 BMW의 전기차용 배터리 독점 공급업체로 선정돼 시장 쟁탈전에 본격 가세했다.

업계에선 2차전지 핵심소재인 분리막(LiBS) 생산기술을 갖춘 SK에너지가 소재부터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일괄생산체제 구축을 통해 전기차용 2차전지 사업을 빠른 속도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SK에너지는 연간 8400만㎡ 규모의 분리막을 생산,LG화학과 삼성SDI에 모두 공급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자체 개발한 리튬이온전지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를 시험 운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에너지가 리튬이온전지 상용화는 다소 늦었지만 자금과 기술력 측면에서 LG화학과 삼성SDI에 밀리지 않는다"며 "2차전지 핵심소재 분야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향후 시장 선점에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전기차 시장 승부수

SK에너지가 CT&T와 제휴함에 따라 국내 전기차 상용화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화학,삼성SDI 등이 해외 자동차 메이커와 제휴를 맺었지만 아직 납품까지 가려면 '시차'가 있어 후발주자인 SK에너지가 실속에서는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CT&T가 연말부터 생산할 도시형 전기차 e존은 차량 가격이 일반 가솔린 차량이나 이미 출시된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저렴해 틈새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CT&T 관계자는 "중속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CT&T가 유일하다"며 "내년 초면 미국 현지에서도 양산이 가능해 갈수록 매출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SK에너지가 계열사인 SK텔레콤과 협의, e존 차량 구입자에게 대당 400만~500만원가량의 자동차 배터리를 휴대폰을 통해 할부 리스토록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략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 훨씬 높아지는 것은 물론 SK텔레콤의 경우 신규 시장 진출도 가능해진다. 차세대 성장산업인 전기차 시장을 놓고 SK가 그룹 전방위 차원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SK에너지가 4500여개 SK주유소에 급속 충전기를 설치할 경우 내수시장 을 선점하는데 그만큼 유리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상용화를 앞두고 기존 주유소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SK에너지가 이 같은 상황에서 주유소에 전기 충전 인프라를 갖출 경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선/이정호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