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정씨(58 · 사진)는 1980~90년대 뛰어난 화술과 미모로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스타 코미디언이었다. 그런 배씨가 외환위기 당시 남편 사업의 부도로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사업가로 변신,험한 외식업계에서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주관으로 지난 28일 밤 서울 군자동 프랜차이즈협회에서 열린 '한식 프랜차이즈 활성화' 세미나에 초청 연사로 나온 배씨를 만나봤다. 주방일을 하다가 다쳤다며 손에 반창고를 붙이고 온 단정한 옷차림의 배씨는 '연예인'이 아니라 '여성 CEO(최고경영자)'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그는 '배연정 소머리국밥'이란 브랜드로 곤지암 등 3곳에서 직영점을 운영 중이며,직원만도 50명이 넘는다. 곤지암점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500명에 달한다.

"사업요. 간단치 않습니다. 음식점 장사 13년 만에 몸에 골병 안 든 곳이 없어요. 그래도 돈 벌고,단골 고객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으니 너무 행복합니다. " 음식업에서 성공한 비결을 묻자 그는 한마디로 "연예인이나 사업가나 똑같다"고 답했다. 정상에 오르려면 성실하고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속적으로 후속 인기 메뉴를 개발해야 정상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음식점으로 뿌리를 내리려면 '맛'과 '청결'은 기본이며,주인이 24시간 현장을 지키면서 모든 힘을 쏟아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배씨는 1997년 곤지암에 소머리국밥 가게를 연 뒤 매일 새벽에 들어오는 소머리는 물론 육수,김치 담그기까지 모든 식당일을 그의 손으로 직접 하고 있다. 개업 초기 배씨는 하루 3~4시간만 자면서 주방에서 일을 배우고,음식을 만들며 가게의 기틀을 잡았다. 요즘도 배씨 가게를 찾으면 홀과 주방을 부지런히 오가는 그를 볼 수 있고,가게를 비울 때도 행선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해외에 가도 휴대폰 로밍을 해 가게를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원하면 직접 안부인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씨는 사업으로 성공하려면 남들보다 한발 앞서 틈새시장을 개척하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배씨는 '쌀만두'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팔았으며,현재 인기 메뉴인 '오삼불고기'도 처음으로 대중화시켰다.

물론 배씨도 실패를 맛봤다. 창업 후 사업 확장에 욕심을 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15개까지 늘렸지만 품질관리가 안 돼 3년 만에 접었고,미국시장에 진출했으나 현지 한국업체들과의 과당 경쟁으로 수지가 맞지 않아 철수했다. "너무 많이 벌려고 하면 돈은 도망가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돈이 찾아오게 되고,자신의 능력과 분수에 맞는 규모로 사업을 해야 한다고 깨달았습니다. " 배씨는 "실패를 거울 삼아 큰 욕심 내지 않고 '장수 식당'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코미디언으로 국민들께 웃음을 드렸다면,앞으로는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을 드리는 게 꿈"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