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가 달라졌다. "

동백으로 유명한 전북 고창 선운사를 최근에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흔한 '건축불사(佛事)'를 해서가 아니다. 2007년 5월 주지로 부임한 법만 스님(49)이 많은 '일'을 벌여서다.

2년 남짓한 동안 선운사는 고창종합사회복지관 등 복지시설 네 곳을 수탁 운영한 데다,절을 창건한 검단선사가 도적들에게 소금 만드는 법을 가르쳐 생계를 유지하게 했다는 데서 유래한 보은염제(報恩鹽祭) 복원,선운문화제와 청소년 백일장 개최 등 다양한 일을 벌여왔다. 또 녹차 생산,사찰음식 대중화,템플스테이 활성화 등을 통해 신도들의 시주나 관광객들이 내는 관람료에 의존하지 않고 사찰을 운영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오는 20일 선운사 강당에서 열리는 '석전 영호 대종사의 생애와 사상' 학술 세미나를 설명하기 위해 지난 8일 상경한 법만 스님을 인사동에서 만났다. 법만 스님은 "이제 문화재 관람료나 시주금만으로 절 살림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사찰의 역사와 전통을 살려 포교하고 지역민에게 혜택도 주는 동시에 절 살림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다양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법만 스님은 네 가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보은염제의 복원과 함께 지역 주민들이 생산한 소금을 '선운사 브랜드'로 팔아주고,13만평의 차밭에서 생산된 녹차를 '선운명차'라는 상표로 등록해 판매할 계획이다. 그동안 선물용으로 썼던 차를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또 전라도 지역 특유의 사찰음식도 대중화해 판매할 예정.대규모 템플스테이 참가단을 연중 모집해 사찰 운영에 보탬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선운사는 조계종의 제24교구본사이지만 재적승이 180명에 불과하고 사찰 수입도 적다. 재적승 가운데 40~50명은 65세 이상의 노승들이다.

그러나 법만 스님은 선운사 인근 석상마을을 통째로 매입해 이들을 위한 승려노후 수행관을 짓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미 주민 이주비를 지급했고,독립적인 생활시설을 갖춘 작은 집 3~4채를 내년에 짓는 등 3~4년 내에 17~18채를 지어 한 채당 2~3명씩,총 40~50명이 노후생활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1980년 선운사로 출가한 법만 스님은 전국의 여러 선원에서 25차례나 안거를 한 선승 출신으로 주지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도 'CEO적 기질'을 발휘하면서 선운사의 면모를 일신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법만 스님은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투명하게 살림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