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우주로 쏘아올려진 나로호의 궤도 진입 실패는 발사 3분 36초 후 페어링 한 쪽이 분리되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페어링 한 쪽의 무게는 과학기술위성2호(100㎏)의 3.3배인 330㎏에 이르기 때문에 페어링이 제때 떨어져 나가지 않아 발사체가 목표했던 방향과 속도를 벗어났다는 설명이다.

◆대기권에서 불타버린 과학기술위성2호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은 26일 "페어링 분리 실패로 이륙 6분 35초 후 킥모터가 점화한 뒤 2단 발사체가 자세를 잡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며 방향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2단 킥모터 연소 종료시 발사체는 302㎞ 상공에 진입해야 하나 327㎞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후 위성이 분리되면서 붙어 있는 페어링과 충돌이 일어났고 이때서야 충격으로 남은 페어링이 떨어져 나갔다.

김 차관은 "페어링의 무게로 나로호가 위성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속도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최대 고도 387㎞까지 도달한 위성은 궤도 진입을 위한 속도인 초속 8㎞보다 낮은 6.2㎞의 속도로 떨어져 공전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지구로 낙하하면서 대기권에서 소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위성이 지구 상공에 떠 있으려면 지구가 위성을 끌어당기는 힘과 위성이 궤도를 돌며 갖는 원심력이 같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성의 고도가 낮을수록 지구 중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더 높은 속도를 내서 원심력을 키워야 한다.



◆왜 한 쪽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았을까

나로호의 최상단에 위치한 페어링은 대기권 통과시 위성체와 내부 전자기기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페어링 표면에는 단열재가 2.5㎜ 두께로 씌워져 로켓 발사시 발생하는 열이 내부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 또 외부 소음 등을 차단하는 음향블랭킷과 음향공명기가 내부에 설치돼 위성과 장비들을 보호한다.

항우연에 따르면 우주 발사체의 페어링 미분리는 전체 발사 실패 원인 중 추진시스템 관련 문제(66.2%) 다음으로 많은 비중(12.6%)을 차지한다. 발사체가 페어링 분리에 실패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나로호의 페어링 한 쌍과 1단 발사체는 폭발볼트로 결합돼 있다가 화약선에 불을 붙여 폭발볼트를 폭발시키면서 분리된다. 박정주 항우연 발사체 체계 사업단장은 "분리를 위한 폭발은 제 시간에 맞춰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페어링 한 쪽이 계속 붙어 있었던 이유는 정밀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화약의 폭발력이 원하는 만큼 강하지 않았거나 페어링과 1단 발사체가 지나치게 강하게 결합돼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협정상 우리나라는 1단 발사체가 원인이 돼 발사에 실패하면 러시아 측으로부터 별도의 비용 없이 나로호 1단 발사체 1기를 더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2단 발사체에 있는 페어링은 한 · 러 간의 계약에 따른 업무 분장상 우리 측이 담당한다. 지금까지 정부 발표에 따르면 1,2단 로켓은 점화부터 시작해 음속 돌파,1단 엔진 정지명령,1단 분리,2단 점화,2단 연소 진행 등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페어링 분리 실패가 원인이었던 만큼 책임은 우리 쪽이 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페어링은 한국 측이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맞지만 한 · 러 공동개발 과정에서 러시아는 총괄적 기술지원을 맡고 있다"며 "앞으로 공동으로 원인을 조사해 해결 방안을 검토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약 9개월 뒤인 내년 5월 나로호의 두 번째 발사를 시도할 계획이다. 현재 나로우주센터에는 나로호 2단 발사체 2기가 더 제작돼 보관 중이며 대전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는 이번에 소멸한 과학기술위성2호와 똑같은 쌍둥이 위성이 이미 제작돼 청정실에 대기하고 있다. 내년 5월에 발사할 나로호 1단 발사체는 러시아에 있으며 아직 국내에 반입되지 않았다.

외나로도(고흥)=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

페어링이란

발사체 상단의 위성을 보호하는 일종의 덮개로 '페이로드 페어링(payload fairing)'을 말한다. 두 개를 조립해 '사인펜 뚜껑' 모양으로 위성을 덮는 페어링은 외부 충격과 로켓 발사 초기의 고압 및 고열로부터 위성 내부의 첨단장치를 보호한다. 페어링은 발사체가 일정 고도에 이르면 위성이 분리되도록 반반씩 자동으로 떨어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