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집값을 올릴 생각이 전혀 없으며 집값을 올리는 정책을 쓴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한국의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합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 말 TV로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의 이런 소견과는 달리 집값은 봄을 지나면서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지역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특히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전셋값 불안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자가보유율은 56.4%.집 없는 43.6%가 MB의 서민행보에 "집값과 전셋값은 치솟는데 웬 서민행보"라며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며칠 전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08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도 무주택자의 설움을 키우고 있다. 서울의 연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Price Income Ratio)은 9.7배로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9.5배) 뉴욕(9.3배) 일본 도쿄(9.1배)보다도 높게 나온 것.소득 대비 서울 집값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얘기다.

즉 서울에서 무주택자가 내집을 마련하려면 9년 8개월가량(1년이 10개월이 아닌 12개월이기 때문)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2006년엔 7년 6개월 정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었던 것보다 2년 2개월이나 길어졌다.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도 수도권의 경우 22.3%로 2년 전보다 2.4%포인트 증가했다.

거품논란을 떠나 수도권 집값이 불안해지면서 집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이기만 하면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까?"가 고민거리다. 주택 관련 규제를 놓고 엄포를 놓는 정부와 달리 '똑똑한' 부동산 수요자들은 집값을 부추겨온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정부의 주택규제완화,수급불일치 등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너도나도 투자수요 행렬에 올라타려고 한다.

금리인상 카드만 하더라도 경제회복을 희생시켜가며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껑충 올리기에는 당국이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용인하에 일정 기간 집값이 국지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부동산시장에선 점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거래량과 거래금액으로 볼 때 시장이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서울 강남 3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확대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에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 부담을 느끼고 집값 상승 압력에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시장에선 엄포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역대정권은 집값 불안을 일시적이라거나 국지적인 현상으로 해석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실패를 되풀이했다. 다행히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 64주년 경축사에서 "집 없는 서민들이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획기적인 주택정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획기적인 대책으로는 서울근교의 비닐하우스 등이 들어선 그린벨트를 대부분 풀어 서민용 보금자리 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서민정책의 핵심이 집값과 고용이란 점에서 대통령이 집값대책에선 맥을 확실히 짚었다고 본다.

정구학 건설부동산부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