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입주권 매매가 11일 완화됨에 따라 일부 단지에서 매물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강남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호가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국토해양부는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 금지에 대한 예외 규정을 확대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도정법) 개정안이 11일 공포돼 이날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강남3구 재건축 추진 아파트 혜택

도정법 시행령 공포로 이날부터 투기과열지구 안의 재건축 단지 가운데 △조합설립인가일부터 2년(기존 3년) 이내에 사업시행인가가 없는 주택을 2년(기존 5년) 이상 소유한 자 △사업시행인가일부터 2년(기존 3년) 이내에 착공이 이뤄지지 않은 주택을 2년(기존 5년)이상 보유한 자 △착공일부터 3년(기존 5년) 이내 준공되지 않은 주택을 소유한 자는 조합원 지위를 자유롭게 팔 수 있다. 특히 재건축 조합원의 채무로 아파트가 경 · 공매로 넘어간 경우 지위를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은 서울의 강남 3구(강남 · 서초 · 송파구)가 유일하다. 따라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이번 개정 시행령 혜택을 보게 된다. 단지별로는 △개포동 주공1단지 △논현동 경복아파트 △청담동 삼익아파트 △압구정동 한양7차아파트 △대치동 청실1 · 2차아파트 △잠원동 한신5-7차아파트 등 강남권 총 22개단지,1만4000여채의 조합원 지위 거래 금지 조치가 풀린다. 물론 현 소유자가 2~3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만 해당한다.

이날부터 '지분 쪼개기'를 막기 위해 건축물의 건축 · 토지 분할 행위를 제한할 때에는 도시계획 심의를 거쳐 관보에 제한 지역 · 제한 대상 · 제한 기간 등 관련 내용을 고시해 주민들에게 미리 알리도록 했다. 주거환경정비기금을 세입자 정착자금과 손실보상금 등에 융자할 수 있다. 100명 이하의 소규모 정비 사업의 경우 경쟁 입찰을 하지 않고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 현재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안전진단비용을 부담하던 것을 시장 · 군수가 부담하고 예외적으로 주민이 안전진단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주민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매물 늘지만 시장은 조용한 편

일부 단지에서는 재건축 매물이 늘었다. 호가도 약세를 보였다. 매수 · 매도자 모두 추세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어서 전반적으로는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매물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주택대출 추가 규제가 나올 경우 재건축 가격은 급속히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잠원동 한신5차아파트에서는 지난 주말부터 이날 현재까지 5채가 매물로 나왔고,잠원동 대림아파트에서도 3~4채가 신규로 시장에 등장했다. 이번에 전매제한이 완전히 풀린 개포동 주공1단지 43㎡의 경우 호가가 8억원으로 지난 주말보다 2000만~3000만원 낮아졌다. 올 1월에 6억4000만원에 팔린 이 아파트는 지난 6월 8억원에 거래된 이후에도 지난주까지 호가가 강세였다. 대치동 청실1 · 2차 아파트의 경우 102㎡가 10억3000만~11억원 선, 116㎡는 11억7000만~12억5000만원 선으로 호가가 1000만~2000만원 떨어졌다.

이번 개정 시행령과는 무관한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 52㎡의 경우 지난주 6억2000만원보다 3000만원 낮은 5억9000만원의 급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그만큼 도정법 개정 시행령이 재건축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권 전매 허용으로 재건축 매물이 자연스레 늘어나면서 가격 급등세가 멈출 것"이라며 "더욱이 정부가 주택대출 규제를 추가로 내놓을 가능성이 커 하반기 재건축 시장은 사실상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