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시장 이성웅)의 건설계 소속 공무원들은 최근 서울과 부산,광주,창원 등지를 돌며 건설사 관계자들에게 '황당한' 요구를 했다. 광양에서 주택사업 인가를 받았거나 사업 부지를 보유한 8개 건설사를 찾아가 "광양에 아파트를 지어 달라"고 부탁한 것.전국 미분양이 15만여채에 이르면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미분양 처리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에 나온 광양시의 이 같은 요청에 건설사 관계자들은 의아해했다.

지난달 말 광양시의 인구는 14만4129명.작년 말보다 1730명 늘어났으며 월평균 288명 꼴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광양시 공무원들은 이 같은 통계를 근거로 "기업들의 신규 입주가 본격화되는 올 연말까지 광양의 인구가 15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여 주택이 모자란다"고 건설사 관계자들에게 설명했다.

실제 인구 증가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올해 상반기 광양시의 아파트값 상승률(국민은행 조사)은 3.5%로 서울 ·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가장 높았다. 광양시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2년 전 중마동에서 8200만원에 분양된 호반아파트 109㎡형은 최근 1억2500만~1억3000만원까지 올랐다"며 "조선소 입주와 후판공장 건설 등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올 봄에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광양시는 2001년부터 4년간 1300명이 줄 정도로 인구 감소형 도시였다. 자녀 교육 등을 위해 광양에 직장을 둔 근로자들도 순천 등 인근 지역으로 빠져 나갔다.

이 같은 분위기는 광양시가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반전됐다. 2006년 미세 먼지 발생 문제로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던 페로니켈(니켈과 철의 화합물) 생산공장 건설 당시에는 시청이 주 민 을 설득,기업 유치에 성공했다. 벤처지원센터를 설립,순천에서 벤처기업 4개를 이전시켜 왔으며 지난 5월 관내에 있던 소형 조선소가 부도 났을 때는 한 달 만에 같은 부지에 포항으로부터 포스틸과 열처리 공장 등을 유치해 왔다.

광양시는 내년까지 포스코 후판공장을 비롯한 주요 업체의 고용 인력만 1만420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3인 세대를 기준으로 가족들이 모두 광양시로 전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3만1260명의 인구가 늘어나는 셈으로 1만채 이상의 신규 주택 수요가 생긴다는 예상이다.

광양시는 세수 확충 등을 위해 인구 30만명을 목표로 공격적인 인구 유입책을 펼치고 있다. 세대당 최대 50만원의 전입 지원금을 주고 있으며 전세 자금의 이자 50% 지급(3000만원 한도),전입 대학생 기숙사비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입주 기업들에는 순천으로 오가는 출퇴근 버스를 운영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포스틸과의 투자 양해각서 체결 때는 '신규 채용시 광양시내 6개월 이상 거주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순천에서 출퇴근하는 시청 공무원들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