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전세가격이 심상치 않다. 올초부터 시작된 서울지역 전셋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강남권과 목동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매매가격 상승세와는 달리 전셋값 상승세는 강서구,도봉구,관악구 등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13일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세가는 전달보다 0.75% 올라 2005년 이후 가장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송파구가 3.95% 올랐으며 강북구(1.32%)와 강서구(0.81%) 등 비강남 지역의 오름폭이 컸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비수기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전세 불안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수급 불안 문제를 꼽았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센터장은 "전세가격은 수요 및 공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은 적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시내 입주 아파트 물량은 지난 10년 연평균의 57%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해 입주 아파트 가구수는 3만67채로 10년간 연평균 5만2739채에 크게 못 미쳤다. 올해 뉴타운지역 14곳(153만1888㎡)에서 재개발을 위해 기존 주택이 헐리고,수도권을 기준으로 매년 10만채 이상 발생하는 멸실 대체 수요가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학군 수요 등이 겹치며 전세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노원구의 올해 입주 물량은 706채로 10년간 평균인 3027채보다 크게 감소했으며 양천구 역시 10년 평균 입주 세대수 2511채보다 크게 줄어든 953채만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강남권에서도 반포동에서 신규분양 아파트가 대거 입주한 서초구를 제외한 강남구와 송파구의 입주 물량이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4516채가 입주하며 10년간 평균(1452채)을 크게 뛰어넘은 은평구와 역시 예년 수준보다 많은 아파트가 입주한 서대문구는 상반기 전셋값이 각각 -1.9%,-1.8% 하락해 서울에서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서울시내 신규 아파트 공급난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내년 서울시내 입주 예정 아파트는 4만508채로 올해보다는 많지만 10년간 평균보다는 여전히 1만채 이상 적다. 평년 수준보다 공급량이 많은 구도 25개 중 8개 구에 불과하며 최근 전세가가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노원구와 송파구에서는 올해보다 신규 입주가 줄어든다. 전문가들 사이에 "내년까지 입주 물량이 적은 상황에서 실물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전세가격 상승 현상이 확산될 것(나찬휘 국민은행 부동산연구소 팀장)"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는 이유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