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가 수요일인 지난 1일 우울한 창립기념일을 맞았다. 토공은 4월1일을 휴일로 정해 매년 쉬었으나 올해는 불황 극복에 동참한다며 전 직원이 정상 출근했다.

그런데 하필 이날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대한주택공사와 통합하는 법(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통과시켰다. '부채 덩어리인 주공과 통합하면 부실 공룡 공기업이 탄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해오던 토공으로서는 기분이 상하는 일이었다. 한 토공 직원은 "생일날 제삿밥을 먹는 기분이었다"며 "국민들에게 통합 반대의 논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탓"이라고 자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토공은 대형 비리가 터진 이후여서 더 뒤숭숭하다. 택지개발지구 용지보상업무를 맡던 과장이 감정평가서를 조작,22억원의 보상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것.

자체 감사로 적발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했다지만 이미지 관리하기도 힘든 판에 곳간의 곡식을 축낸 일이 벌어져 모양새가 구겨졌다.

토공은 자금난으로 토지보상비 마련도 여의치 않는 실정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올해는 위례 동탄2 김해진영2 등 6곳의 신도시 및 산업단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위례와 동탄2 외에는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벌써 2조3000억원이 보상금으로 나갔다. 동탄2 신도시의 경우 월별 보상금 한도액을 정해놓을 정도로 사정이 어렵다. 실제 현장에선 토공 보상직원들이 주민들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토공과 주공의 통합은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접어들었다. 토공으로선 대응 카드가 별로 없다. 평일에 시위를 강행하며 대정부 압박을 하던 노조도 이젠 전략을 수정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통합을 막지 못한다면 차라리 통합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조합 내부의 소리도 있다. 대세가 기울었는데 몽니를 부려 괜히 정부의 미움만 사면 불리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토공과 주공의 통합법인은 오는 10월 출범할 예정이다. 통합되더라도 토공이 당초 설립 목적대로 국토의 종합적인 이용 개발로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창립기념일을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