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오일 머니'로 불리며 국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해외건설 수주가 줄면서 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쿠웨이트에서 지난해 한국 건설사들이 패키지로 따낸 총 63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복합사업인 알주르 정유플랜트 프로젝트가 취소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건설업체의 독식을 우려한 발주처의 결정으로 재입찰까지 거쳐 지난해 가까스로 수주한 공사다.

대형업체 관계자는 "당장 돈을 떼이는 것은 아니지만 수주 자체가 물건너갈 수도 있어 큰 걱정"이라며 "그렇다고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쿠웨이트 프로젝트는 금액 자체가 워낙 커 본계약에 실패할 경우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실토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들이 올해 들어 이달 현재까지 따낸 해외 건설 수주액은 78억6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27억6400만달러)의 61.6%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달러 박스로 여겨져 온 중동지역이 그나마 전년동기의 9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위안거리다.

해외건설 시장은 지난 몇 년간 계속돼 온 국내 건설시장 위축세를 만회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경제의 동반 위축으로 공사 발주 자체가 줄고,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보다 76억달러 낮은 400억달러로 잡아놓은 올해 해외수주 목표마저도 채우기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의 돌파구였던 해외수주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면 건설사의 수익성은 물론 경제에도 타격을 줄 우려가 크다.

해외시장은 국내 시장과 차원이 다르다. 발주공사 감소도 걱정이지만 세계 유명 건설사들과 지금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일감을 따낼 수 있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곳이다. 건설사는 물론 국가 신용까지 모두 좋아야 가능한 얘기다.

쿠웨이트 공사 건만 해도 그렇다. 63억달러라면 올해 수주 목표액의 15%나 된다. 아직 본계약을 남겨두고 있는 만큼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반드시 따내야 한다. 정부의 자원외교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