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20~30%.'규제 완화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다. 서울 강남 등 일부에서 '반짝 상승'한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감지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안팎의 경제변수에 눌려 정책변수의 민감도가 떨어졌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지금은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등의 영향력이 70~80%이고 규제완화라는 정책변수는 20~30%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양도소득세 감면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차익이 많이 남을 것이라는 전제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나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이 발표돼도 집값에는 큰 영향을 못 줄 것"이라며 "경기에 대한 확신 없이 규제완화만으로는 집값 흐름을 뒤바꿀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 규제완화가 시장에서 효과를 내려면 시차가 필요하다. 고강도 부양책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경제위기가 심하다는 방증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 규제를 대거 풀었지만 집값이 급등세를 탄 것은 2001년부터다. 2003년부터 고강도 규제가 시작됐지만 집값은 계속 올라 2006년 말 정점을 찍었다. 현재로선 '규제완화발 집값 상승'을 우려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지적인 들썩거림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상승세로 연결되기에는 시장의 체력이 약해서다. 경기 회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심리적 불안감이 해소돼야 정책의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는 얘기다.

☞ ① 세계경기침체…실업자 늘고 소득 격감, 경기 바닥쳐야 회복 기대
☞ ③ 넘쳐나는 부동자금…갈 곳 없는 500조, 부동산 유입 가능성은 희박
☞ ④ 주택수급…올 수도권 공급 25만~30만채로 확대, 시장 무덤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