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문제를 잘 활용하면 수출동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환율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고환율을 용인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2차 금융위기 우려로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외환시장에 2기 경제팀은 어떤 정책기조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개입 최소화할 듯

윤 장관의 발언은 '고환율 용인'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 한때 시장이 술렁였다. 지금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한계상황인 만큼 수출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경상수지를 흑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 뒤 곧바로 "환율을 잘 활용하면 수출동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극적으로 해석해도 "지금의 환율 수준은 수출과 경상수지에 도움이 되는 '용인 가능한 수위'"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외환시장 관계자는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급변동하지 않는 한 적극적이고 대대적인 개입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개입의 횟수는 쏠림현상이 심할 때로 최소화하는 대신 강도는 당국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줄 정도로 높게 하는 전략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재정부는 윤 장관의 발언이 '높은 환율의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동시에 봐야 한다'는 취지였을 뿐 정책 방향을 시사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환율 상승 과도한가

올 들어 원 · 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아 원화 가치 하락률이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고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과장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외환당국의 판단이다.

25일 원 · 달러 환율은 1516원으로 지난해 말 1259원50전에 비해 20.3% 상승했으며 원화 가치 기준으로 16.9% 하락했다. 올 들어 달러 대비 주요국의 통화가치 하락률을 보면 중국 0.1%,대만 5.6%,영국 1.0%,호주 7.3%,일본 7.1%,유로 8.2%,뉴질랜드 12.2% 등으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행은 그러나 지난해 말 원 · 달러 환율 종가 1259원50전은 당국이 개입해 의도적으로 낮춰놓은 측면이 강한 만큼 다른 국가들과 평면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당국이 개입하기 전이나 12월 한 달 평균환율 대비 올 들어 원화 가치 하락률을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한은은 작년 12월 평균 환율(1368원80전)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올 들어 원화 가치 하락률은 9.7%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호주 유로 등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며 뉴질랜드보다는 통화가치 하락률이 낮다는 주장이다.

◆엇갈리는 환율전망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이날 삼성 사장단회의 강연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대외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내부적으로 외화조달 여건도 나아지며 외국인 주식순매수와 무역흑자가 확대돼 환율이 안정화될 것"이라며 "원 · 달러 환율은 상반기엔 평균 1308원,하반기엔 1124원 정도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1600원대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경제위기극복 종합상황실 금융팀장을 맡고 있는 고승덕 의원도 "상반기는 환율상승 요인이 우세할 것 같다"며 환율 추가 상승에 무게를 뒀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