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투자 대상인 주식 부동산 등은 전망이 불투명한 데 비해 채권은 가장 안전한 투자처입니다. 올해는 개인도 채권 투자를 통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직접 투자가 여의치 않다면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이용규 한화증권 FCC운용팀장(상무)은 "비록 기준금리가 2%로 떨어진 저금리 시대지만 올해 채권 투자가 가장 유망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6년부터 13년간 채권 운용을 맡아온 이 분야 베테랑이다. 10년간 산은자산운용에서 펀드 운용을 하며 스타 매니저로 이름을 날린 그는 2006년 한화증권으로 옮겨 채권운용 부문을 이끌고 있다. 고객들이 자산관리계좌(CMA)에 넣거나 환매조건부 채권(RP)을 매입하며 맡긴 돈을 안전하게 운용해 고객에게 확정 수익으로 돌려주는 것이 그의 업무다.

시장이나 다른 펀드와 경쟁하는 운용사에 비해 보수적인 운용이 필요한 증권사의 특성상 그는 무리하지 않는 채권 운용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 팀장은 "시장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시장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장을 예측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예측을 하면 그 예측에 얽매여 적절한 대응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예측이 잘 맞을 때는 수익이 많이 났죠.하지만 빗나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을 따라가며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투자 관점을 바꿨습니다. 꾸준히 수익률 상위권을 유지하다 보니 몇 해가 지나자 누적 수익률이 훨씬 좋아지더군요. " 이 팀장은 "위험은 시장과 반대 방향에 있을 때 생긴다"며 "지난해 높은 수익률도 당시 시장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증권의 채권 운용은 업계에서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금리가 고공 비행을 계속하면서 채권 운용에서 수익을 얻기 쉽지 않은 장세가 이어졌지만 한화증권은 탁월한 리스크 관리로 평균 7%라는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많은 증권사들이 채권 운용에서 큰 적자를 나타내던 지난해 10월에도 플러스 수익률을 올렸다.

지난 9월 말 그는 금리가 6%를 넘어서자 꼭지에 올랐다고 판단하고 만기가 긴 채권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으로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줬다. 채권은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부도 위험이 크고,만기가 길어질수록 이익을 얻을 기회가 많아진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 특성상 싼 값에 산 채권일수록 금리 하락기에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전체 자산 2조5000억원 가운데 국공채를 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고,산금채 등 국책은행 채권을 더하면 비중은 65%에 달합니다. 보유 채권 중 98%가 AAA등급 이상 안전 자산이고요. 신용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 시점에 등급이 낮은 채권 비중을 줄이는 대신 채권의 만기를 늘리는 전략으로 금리 하락기를 대비했습니다. 고객에게 확정 수익을 제공해야 하는 증권사의 특성상 위험은 최대한 줄이면서 수익을 얻을 기회를 노린 것이지요. "

그때 설정한 포트폴리오를 10월,11월에 흔들리지 않고 끌고간 것도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10월에 금리 스프레드(국고채와 은행채 · 회사채 간 금리 차이)가 확대되며 수익이 크게 줄었지만 믿음을 갖고 꾸준히 끌고간 것이 12월 들어 시장이 정상화되며 큰 수익으로 돌아왔다"며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일정 부분 손실을 인정하는 기다림도 채권 투자에서는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화증권의 채권운용 부문 연환산 수익률은 20.7%,올 1월엔 9.7%에 달했다.

채권 운용을 하는 그이지만 그의 투자철학은 주식 등 다른 자산투자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말이야말로 흘리기 쉽지만 새겨들어야 하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세를 예측해 잦은 매수 · 매도에 나서지만 결국 상승분의 절반도 못 얻는 것이 현실이죠.시장의 흐름에 맡기면 바닥과 꼭지는 놓쳐도 대략 70% 정도는 챙길 수 있습니다. "

그는 채권 매니저들이 주로 이용하는 메신저 거래를 해본 적이 없다. "일단 채권을 매입하면 수익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보유기간인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유지합니다. 잦은 매매로는 오랫동안 수익률을 올리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 경기선행지수,기술적 분석,장 · 단기 금리 차이 등을 고려해 매수 · 매도 시점을 정하는 그에게 순간순간의 금리차에 따른 차익은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채권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에게 그는 무조건 원리금 지급 보장 능력이 우수한 AA등급 이상 우량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은행권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3% 수준에 그치는 상황에서 AA등급 회사채의 수익률은 연 6%에 달합니다. 일정기간 묻어두고 기다릴 수 있는 자금이라면 지금 채권에 투자해서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입니다. "

그는 또 "등급이나 회사의 유명세만 믿고 채권 투자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회사를 차입금 의존도,이자보상배율,부채비율 등 재무 안정성 위주로 철저히 뜯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금흐름표를 꼼꼼히 챙겨보는 것도 필요하고요. " 이 팀장은 "경기가 안좋아지는 상황에서 현금 흐름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며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들어오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개인이 채권을 매수할 경우 되파는 데 어려움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만기까지 들고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채권시장에서 개인이 매수 · 매도 전략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이자수익을 실현하면서 만기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가기를 권한다"며 "유동성이 필요한 투자자라면 상황을 잘 살펴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글=조재희 기자/사진=임대철 인턴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