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 음식문화에서 이해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라고 한다.

고추를 된장이나 쌈장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굳이 고추장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매운 고추는 약간 비릿한 풋내가 있어 그냥 먹기에는 부담스럽다. 게다가 고추는 소금기가 없어 반찬 구실을 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고추장 된장 등과 함께 먹음으로써 간을 맞춘다.

된장,쌈장보다 고추장을 더 찾는 이유는 고추장 맛이 깔끔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된장 향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고추장은 또 고추의 매운맛을 줄여준다. 매운맛은 구강 점막을 자극할 때 느끼는 일종의 통증이다. 고추장이 구강 내 점막을 둘러싸 고추의 매운맛을 희석시킨다는 얘기다.

아울러 고추장은 매운맛의 풍미를 더하는 역할도 한다. 고추장의 향과 맛이 더해지면 고추 특유의 냄새가 줄어든다.

고추장을 만들 때 들어가는 콩(메주)이 발효돼 생기는 단맛 짠맛 감칠맛 등이 어우러져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여름에 기운을 돋우기 위한 전통적 식문화라는 설도 있다. 예로부터 농사일로 체력 손실이 많은 여름철 기운을 돋우기 위해 보신탕,육개장 같은 얼큰하고 뜨거운 이열치열 음식을 먹었다.

16세기 이후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고추도 먹으면 땀을 내고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식품이다. 특히 고추장을 찍어먹으면 매운맛과 함께 기운을 북돋울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

김중필 대상식품연구소 팀장은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과학적인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고추 특유의 냄새를 줄이고 더위를 이기며 매운맛을 즐기려는 개인적인 선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