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용적률이나 안전진단 등 서울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각종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다만 최근 극심한 경기 침체로 인해 실제 사업 추진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규제 완화에 따른 혜택을 면밀히 점검해보고 단지별로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용적률 단지별로 차등 상향

국토해양부는 지난 26일 재건축 용적률을 국토계획법 상한까지 상향을 허용하고,정비계획상 용적률 초과분에 대해 30~50%를 보금자리주택으로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다만 서울시가 그동안 용적률을 일괄 상향할 경우 도시경관이 나빠지고 교통난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반대해온 것을 감안해 10%포인트 범위 안에서 용적률 상한을 낮출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안은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부 목표와 도시경관,교통난 등을 우려하는 지자체의 반대 입장을 절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도심 역세권 등은 법적 한도까지 용적률을 허용하되 구릉지나 그린벨트 인근 지역 등은 상한선보다 낮게 유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재건축 용적률은 단지별 여건에 따라 법적 한도까지 허용하거나 약간 낮게 정해지는 등 차등화가 이뤄지게 된다.

예를 들어 3종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의 경우 법적 상한선인 300%까지 용적률을 받을 수 있지만 교통난이나 주거환경 악화 등이 우려된다면 290%까지만 받을 전망이다.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현재 정비계획 용적률이 210%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서울시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290~300% 범위에서 용적률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2종 일반주거지역도 지자체 심의를 통해 법적 한도인 250%보다 낮은 240%의 용적률을 받는 단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의 재건축 용적률도 기존 190%에서 240~250% 범위에서 결정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의결 등을 거쳐 내년 2월 중 공포,시행될 전망이다.


◆소형 의무비율 완화

대표적 재건축 규제 중 하나였던 소형 면적 의무비율도 완화될 예정이다. 정부는 기존 △60㎡ 이하 20% △60㎡ 초과 85㎡ 이하 40%로 정해진 비율을 '85㎡ 이하 60% 내'에서 지자체별로 탄력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주택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중ㆍ대형 평형이 많은 중층 재건축 단지에 일률적으로 소형 평형 의무비율을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라며 "원칙적으로는 60㎡ 이하 20%를 유지하되 역시 단지에 따라 차별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실무자 협의 등을 거쳐 연내 개정안을 확정하고 의원 입법을 통해 내년 2월까지 완화한 규제안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건축 절차 간소화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하던 안전진단도 한 차례로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예비 안전진단과 정밀 안전진단 등 두 차례로 나눠 실시해 낭비라는 지적이 많았다.

아울러 중복 심의 생략,시공사 조기 선정 등 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보통 3년이던 사업기간이 1년 6개월 정도로 단축될 전망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 심의 중이며,본회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 시행될 예정이다.

◆조합설립인가 후 조합원 지위 양도 허용

앞으로 조합설립인가 이후라도 조합원 자격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2003년 9ㆍ5 대책에서 마련한 이 규정은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직장 전출입,질병 등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해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을 차단하는 효과를 냈었다.

그러나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제 도입으로 단기 차익 실현이 어려워진 데다 최근 재건축 아파트값이 안정화 추세로 접어들자 5년 만에 폐지가 결정된 것이다. 국토부가 관련법 개정을 통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전략적으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라며 "하지만 정작 사업을 시행할 건설사나 정비업체 등이 최근 경기 침체로 고사 위기에 몰리면서 실제 사업 추진은 그다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