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가격 공시 감정원에 이관 개정안 발의
감정평가協 "공기업 민영화 역행" 거센 반발

부동산 가격공시 업무 배정권을 놓고 민간단체인 한국감정평가협회와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과 민주당 김성순 의원이 각각 지난달 20일과 28일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부터다. 개정안은 한국감정평가협회가 가진 부동산 가격공시 관련 업무배정권한을 한국감정원에 넘기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공시 업무란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을 조사·평가하고 표준공시가격을 근거로 지방자치단체가 산출한 개별공시가격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금액기준으로 133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감정평가시장의 23.5%를 차지한다. 현재 공시가격 관련 업무는 한국감정평가협회 차원에서 개별 감정평가업체에 배정하고 있다. 법이 바뀌면 업무 배정을 한국감정원이 맡게 된다.

한국감정평가협회(회원수 2700여명)는 개정안이 공기업 민영화정책에 역행하며 자율경쟁을 막는 법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협회 박봉욱 기획이사는 "지난 20년간 큰 과오 없이 담당해오던 업무를 한국감정원에 넘겨주는 것은 공기업 민영화 확대 방침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은 공공부문에서 존재 이유가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조직이 비대해질 가능성을 열어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감정평가업계에서는 한국감정원이 덩치를 키워 민간 시장의 영역을 침해하고 감정평가사들도 치열한 경쟁 대신 공공기관의 눈치를 보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법률개정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감정원이 인력이 부족해 업무를 늘릴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감정평가사를 추가 확보하면 독점시장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 법제팀 관계자는 "공시업무 배정권을 가져와도 한국감정원 소속 감정평가사 200명으로는 수천명이 필요한 부동산 가격공시 업무를 처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인력 부족 문제로 민간 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또 "업계가 주장하는 한국감정원의 독점과 자율경쟁 침해는 기우"라고 덧붙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