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단계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

정부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은행 자본을 확충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반응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처럼 기업 부실이 현실화하지도 않았고 은행들도 상대적으로 건전한 상황이어서 정부가 당장 개입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자본 확충 자체야 나쁠 게 없지만 은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은 10년 전 외환위기 상황과 많이 다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대우그룹 한보철강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지면서 경제 전반에 충격파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로 인해 은행들의 대출 부실이 현실화했고 BIS비율도 급락했다. 정부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경제에 대한 충격파가 한꺼번에 올 위험은 당시보다 낮다. 대기업들이 견실하게 버티고 있고 건설업이나 중소기업 대출,일부 가계대출 등이 문제가 되고 있을 뿐이다.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10년 전에 비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분산돼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10년 전에는 금융위기가 아시아 지역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세계 전체가 위기에 빠져 있다.

당시에는 경기가 상승 국면이었지만 지금은 하강 국면이다. 10년 전에는 대기업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지금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건설회사들과 조선회사들의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어느 기업이 부도날지 가능하기 어렵다. 미국의 공적자금 투입 금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데서 보듯이 상황은 점점 나빠져만 가고 있다.

정부가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