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금융쇼크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극심한 거래침체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매머드급 악재가 돌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피스 대형상가 '타격'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세계적 보험회사 AIG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국내 기업과 외국 투자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로써 기업들이 사업용 내지 투자용으로 보유한 부동산 매물이 늘어나 오피스와 대형상가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리먼브러더스가 소유한 서울 중구 명동의 M플라자(옛 유투존),동대문 라모도쇼핑몰은 물론 메릴린치가 지분을 가진 SK서린빌딩,AIG가 여의도에 짓는 국제금융센터가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상승곡선을 그려온 오피스 시장에 가격하락 조짐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CBRE코리아(오피스투자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오피스 공실률은 사상 최저 수준이지만 오피스 가격이 그동안 급등해 최근 매수세는 감소하는 추세"라며 "금융위기로 매물이 쏟아지면 오피스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심리 위축 불가피

월가 금융쇼크는 금융권의 대출규제 강화를 불러오고 이는 건설사 자금조달난,중도금 대출 감소로 이어져 주택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일반 주택가격도 약세 내지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건설업계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은 "국내 경제여건이 더 악화될 경우 강북 뉴타운.재개발 지분과 테마쇼핑 등 투자상품의 거품이 급격히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가 시장을 진정시키고 리스크를 줄여왔다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새로 터져나온 것도 아니고 국내 부동산 시장이 이미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에 국내 부동산 시장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지방 미분양이 더 문제

국내 부동산시장에 만약 위기가 찾아온다면 그 경로는 지방 미분양발 쇼크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 장은 "월가 금융쇼크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이 되진 않더라도 적체된 지방 미분양 아파트로 금융권의 자금이 묶이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 부동산 시장발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규호/임도원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