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게 마련이다. 2차,3차를 가거나 '소맥'(소주+맥주),'양폭'(양주+맥주),'드라큘라주'(양주+와인) 등 폭탄주도 돈다. 한 가지 술만 마실 때보다 여러가지 술을 마신 다음날 머리가 더 아픈 이유는 뭘까.

술에는 알코올(에탄올)뿐 아니라 각종 향료,색소와 양조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화학성분이 들어 있다. 보통 여러 주종을 마시다 보면 몸 안에 잔류하는 이들 성분이 화학적으로 반응해 두통을 불러온다. 간이 한꺼번에 많은 화학물질을 해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일부는 분해되지 못한 채 숙취로 남기 때문.

흔히 2차 자리에서 '입가심'이라고 마시는 맥주 와인 등 발효주는 증류주(소주 위스키 등)와 달리 메탄올이 소량 들어 있다. 메탄올은 간에서 분해될 때 에탄올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독특한 냄새를 풍겨 숙취를 더욱 오래 가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발효주 색깔이 탁할수록 메탄올 농도도 짙다.

알코올 도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숙취가 심한 것은 아니다.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가 보통 40도에 달하지만 증류 과정에서 불순물이 제거돼 숙취가 상대적으로 적다. 폭탄주로 인한 숙취는 맥주 와인 등에 원인이 있는 셈이다. 조판기 두산주류BG 제품개발팀 차장은 "폭탄주는 약한 술을 섞으므로 알코올 도수가 10~20도 사이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분위기상 단숨에 들이켜므로 더 빨리 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음주 후 두통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뭐니뭐니 해도 과음이다. 2차,3차를 가서 부어라 마셔라 해대는 음주 습관이 가장 큰 요인이란 얘기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