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출마한 통합민주당의 한 후보는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자 크게 당황했다.

자유선진당 간판의 다른 후보가 똑같은 로고송을 들고 나와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선거기간이 10여일 남은 상황에서 300만원 가까운 돈을 들여 제작한 노래를 안 쓸 수도 없고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벽보,플래카드와 함께 선거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 로고송. 공식 선거기간인 13일 동안만 사용되고 사라지는 노래들이지만 선거에선 파괴력이 커 각 정당과 후보들은 곡 선정에 신경을 쓰고 이를 둘러싼 관련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로고송 한 곡당 가격은 제작사와 곡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150만~300만원으로 시장 규모는 15억~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로고송 가격은 제작비와 저작권협회에 지불하는 복제사용료,작사ㆍ작곡가에게 지불하는 저작인격권보상금(보상금)으로 구성된다.

가사를 지역사정에 맞춰 바꾸거나 간주 중간에 구호 등을 삽입할 경우 추가요금이 붙는다.

이번 총선에서 제작비와 복제사용료는 각각 50만원 정도에 시장이 형성돼 보상금을 얼마나 지불하느냐에 따라 로고송의 가격이 결정된다.

높은 인기를 끌었던 노래나 선거에서 파괴력이 입증된 곡들은 값이 더 나간다. 16대 총선에서 사용돼 인기를 끌었던 가수 이정현의 '바꿔'의 보상금은 500만원이며 지난해 젊은 세대에도 인기가 좋았던 '땡벌'은 2000만원에 달한다.

선거에서 자주 쓰이는 최신 트로트 곡의 보상금이 100만~200만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로고송제작업체 지엔쿠 관계자는 "보상금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지난 대선에 사용돼 효과가 증명된 곡들이 많이 쓰인다"며 "한나라당 후보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사용했던 '무조건'(박상철),친박ㆍ무소속 연대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좋아한다고 밝힌 '빙고'(거북이) 등이 많이 쓰인다"고 전했다.

현재 관련 시장에 진출해 있는 업체 수는 대략 20개 정도다. 하지만 선거자금을 들여가며 로고송을 제작하는 후보는 전체의 절반인 500명 정도에 불과해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 150만원에 달했던 제작비는 50만원까지 떨어졌다. 3~4곡씩 묶은 패키지 상품으로 후보자의 가격부담을 낮추거나 노래의 독점판권을 확보해 한 지역구에서 한 후보에게만 로고송을 제공하는 등의 마케팅도 이 같은 경쟁의 결과다.

각당의 공천확정이 유독 늦었던 이번 총선의 특수성을 감안해 일부 업체는 6시간 만에 로고송을 제작해 공급하는 '스피드서비스'도 선보였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