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차'(1939년) '하이눈'(1952년) '쉐인'(1953년) 'OK목장의 결투'(1957년) '황야의 무법자'(1963년) 등 과거 전성기를 누렸던 서부극은 1992년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로 거의 명맥이 끊어졌다.

1957년 원작을 리메이크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3:10 투 유마'는 오랜만에 제작된 정통 서부극이다.'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우와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찬 베일이 출연한다.

영화 제목은 오후 3시10분에 떠나는 유마행 열차를 뜻한다.전설적인 서부의 무법자 벤 웨이드(러셀 크로우)를 형장으로 보내는 열차다.그러나 두목을 구하려는 벤 웨이드 일당의 추격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결국 벤 웨이드를 호송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죽거나 도망치고 남북전쟁의 상이용사 댄 에반스(크리스찬 베일)만 남는다.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홀로 벤 웨이드를 열차로 이끈다.

서부극하면 고독한 총잡이가 석양에 물든 사막을 향해 말을 타고 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최고의 총잡이인 밴 웨이드는 악당이지만 '멋진 남자'다.그가 종교나 인생에 대해 하는 말들을 듣다보면 선악의 구분이 모호했던 서부 시대의 상황이 짐작된다.

아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목숨을 거는 댄 에반스 역시 매력적인 인물이다.이들이 나중에 친구처럼 마음을 여는 것도 부자연스럽지 않다.말발굽 소리,총알이 마차 쇠붙이에 맞는 소리,새들의 울음소리 등 생생하게 살려낸 사운드도 일품이다.다만 서부극다운 짜릿한 여운이 약한 게 흠이다.물론 요즘 관객들의 취향에는 더 잘 맞을 수도 있겠지만….

21일 개봉됐다.

15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