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17대 대통령 선거운동을 앞두고 무려 12명의 후보가 최종 등록함으로써 역대 직선제 대선 사상 가장 많은 후보들이 나섰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선거구도가 명료해지기는커녕,오히려 더 안개속으로 빠져들면서 유권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앞으로 선거전이 더욱 혼탁(混濁)해지면서 대선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외면,정치불신만 증폭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마디로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드러낸 '최악의 대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정당정치가 뿌리내리지 못한 채 정치세력들이 명분없는 기회주의적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여권과 야권 모두 극심한 분열상으로 치달은 결과다.

여기에 유력 후보가 도덕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선거판도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급조된 정당의 후보까지 대거 난립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번 대선의 당선가능성이나 지지율과는 무관하게 내년 18대 총선의 교두보로 삼거나 정파의 지분확보를 위해 일단 출마하고 보자는 식의,주객이 전도된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선거판이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은 넘쳐 나는데도,정작 중요한 정책논쟁이나 공약대결은 사라진 채 온통 상대 후보 깎아내리기에 바쁜 네거티브 선거전만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날마다 'BBK 의혹'을 둘러싼 공방에 파묻혀 있는 상황이 우선 그렇다.

선거운동 개시에 맞춰 어제 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이 대선공약을 발표했지만,솔직히 각 후보진영의 정책공약에 어떤 뚜렷한 차별성이 있는지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어떻게든 대통령만 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보니 국민들은 누가 된다고 해도 걱정부터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앞으로 5년 동안 나라의 명운(命運)을 짊어지고 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래서는 안된다.

결국 심판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누가 어떤 비전과 리더십,정책으로 정치 경제 사회의 혼란을 추스르고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는지,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선진국 도약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지,국민들이 제대로 선택하는 길 밖에 없다.

이젠 유권자들이 보다 냉정해지지 않으면 안된다.